
빛이 비치는 소박한 무덤. 별다른 장식 없이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교황명만이 새겨져 있다. 그 앞엔 흰 장미 한 송이만이 놓였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청빈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치된 교황의 무덤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개 첫날, 수만 명의 신자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모여들었다. 교황청은 이날 오후까지 3만명이 교황의 무덤을 찾아 경의를 표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신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며 여전히 성당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평균 2시간을 기다려야 참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참배객들은 무덤 앞에서 성호를 긋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교황을 추모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딩에 안치된 교황의 무덤에는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교황명만이 새겨져 있고 흰 장미 한 송이가 놓였다. 그가 생전에 늘 목에 걸고 다녔던 철제 십자가의 복제품이 무덤 위 벽면에 걸렸다.
AP 통신은 부드러운 빛이 무덤과 무덤 위에 걸린 십자가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로마 시민인 엘리아스 카라발할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게 영감이자 길잡이였다”며 “그분이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온 수스미다 머피는 “교황이 더 이상 우리 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런 교황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했다.
무덤 공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추기경단이 교황의 무덤을 참배했다.
교황의 관은 전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장례 미사 뒤 이곳으로 옮겨졌고 비공개로 안장식이 거행됐다. 그는 역대 교황이 대부분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재임 동안에만 100차례 넘게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릴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인 곳이다.
전날 장례 미사에는 25만명이 참여했고 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구 행렬에 15만명이 함께 했다. 세계 각국 지도자, 추기경 약 220명, 수많은 신자가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교황은 12년 재위 기간 내내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날 장례 미사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수석 추기경은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 간의 애도 기간은 5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후 5월 6∼11일 다음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열리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