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위원장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검찰 특수활동비 8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수사 예산인 특정업무경비 507억원 삭감도 함께 결정했다. 목적·금액·대상 등이 증빙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한다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활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예산소위 의결 직후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46·사법연수원 34기)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삭감을 추진 중인 특활비·특경비는 검찰·경찰·국정원 등 일부 기관에서 수사와 조사 업무 등에 쓰는 예산이다. 법무부 검찰국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검찰 특경비는 ▶형사부 등 수사지원 ▶공공 수사 ▶국민생활침해범죄 수사 ▶마약 수사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등에 507억원이 편성돼 있다. 특활비 역시 비슷한 항목으로 80억원이 제안됐다. 둘을 합하면 법무부가 편성한 내년도 검찰 예산 1조2588억원 가운데 4.6% 규모다.
민주당은 이전부터 특활비 등의 전액 삭감을 주장해왔다. 당 지도부에서도 “법무부·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처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겠다”(진성준 정책위의장)는 공언이 나왔다. 특히 일부 검찰청이 특활비를 공기청정기 대여, 기념사진 촬영 등에 유용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특활비 용처와 수령인을 공개하지 않으면 예산을 없애겠다”는 야당의 압박은 더 거세졌다.
결국 법무부는 지난달 8일 법사위원장에게 3년 전에 사용한 6개월치(2021년 7~12월) 특활비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금액과 수령일만 딱 쓰고 (용처와 수령인 등) 나머지는 까맣게 칠해서 왔다. 국회를 우롱하느냐”며 심우정 검찰총장을 꾸짖었다. 법무부는 “최신자료를 제출하면 진행 중인 수사 내용이 알려질 수 있고, 사건명 등 세부내용 비공개는 법원 판결과 기획재정부 예산 집행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후에도 “특활비는 마약·보이스피싱·딥페이크 성범죄 등의 위장수사, 핵심 정보원과의 거래 등 현금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 주로 지급된다”며 내역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지난 7일에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올해 특활비 예산 72억원이 특검 1회 비용(100억원) 보다 적다. 수사에 필수불가결인 예산”이라고 항변했지만, 민주당은 “심사를 거부하면서 돈만 달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라’는 말과 같다”(검찰독재대책위원회)며 삭감 의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