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검진을 시작하겠습니다. 입안을 살펴봐도 괜찮을까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환자 진료가 치과의사의 새 과제가 된 가운데,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노인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예방 구강 관리 위주의 요양시설 어르신 구강관리 매뉴얼’에서는 노인 환자를 대하는 기본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선 노인 환자에게는 폐쇄형(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개방형(구체적 답변을 이끌어내는 질문) 질문을 해야 한다. “이가 아프신가요?”(폐쇄형) 대신 “어느 부위가 가장 불편하신가요?”(개방형), “언제부터 통증이 있었나요?”(개방형)처럼 질문하면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한 번 더 묻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환자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요약해서 다시 한번 물으면서 제대로 정보가 습득됐는지, 수정 사항이 없는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진료 시작 전 동의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별다른 안내 없이 검진을 시작하기보다 “이제 검진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입안을 살펴봐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방식이 상황을 유연하게 만든다.
호칭은 “김OO 어르신”처럼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며, 환자가 직접 원하는 호칭을 물어본 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밖에 ▲신속성(진료 과정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 ▲격려(진료에 협조적일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격려해 긍정적 진료 분위기 조성) ▲편안함(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정한 언어로 안내) ▲프라이버시(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환자의 경우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입안을 함께 들여다보지 않도록 위치 선정) ▲정보 제공(진료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도 준수해야 한다.
이 같은 소통방식들은 상대가 지지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외에도 노인성 난청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대상자가 내 말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는지 파악한 후 밝은 방에서 대상자의 눈을 보고 정면에서 입을 크게 벌리며 소통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표정, 어깨 두드림, 손짓, 눈짓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 신호를 주며 이야기의 전달성을 높여야 한다. 또 말의 속도를 빠르지 않게 천천히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며, 환자가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보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예방치학교실)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노인요양시설 등 사각지대에 있는 인구에 대한 구강관리 요구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해당 노인 구강관리 매뉴얼은 향후 방문구강진료가 활성화됐을 때 활용 가능한 지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