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심야 열병식에 가장 주목받는 무기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내세운 무력시위로 중국과 러시아와 아세안 국가 등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핵 투발능력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기정사실로 했기 때문이다.
신형 ICBM 화성-20형은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해 기존 화성-19형에 비해 약 40% 이상 추력이 향상돼 최대 추진력 1960kN(약 200tf)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18형과 화성-19형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12월 발표한 ICBM 고체연료 엔진 첫 지상분출시험 추력 140tf보다 60tf 정도 강해진 셈이다.
또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해 미사일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면서 사거리가 확장됐다. 여러 개의 핵탄두도 장착한 덕분에 요격도 어려워 미국의 본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매우 위협적 존재로 화성-20형은 추력을 늘려 다탄두 ICBM이라고 평가 받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게다가 화성-20형은 북한이 작년 10월 31일 처음 시험발사한 ICBM 화성-19형과 마찬가지로 이동식발사대 바퀴가 11축이나, 발사대와 발사관 형상에 다소 차이가 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화성-20형 ICBM 이동식발사대는 화성-19형과 달리 좌우 발사관 기립장치가 아닌 중앙 기립장치가 설치돼 러시아의 것과 유사하다”며 “발사관 덮개도 뾰족한 형상에서 뭉툭하게 변화해 탄두부의 적재 공간을 늘려 미 본토에 매우 위력적인 ICBM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화성-19형’으로 보이는 ICBM도 포착됐다.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물론 핵무력 확대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화성-20형 신형 ICBM과 함께 개량된 것으로 보이는 화성-19형까지 함께 공개한 것은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모두 타격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11마’와 신형 천마 전차 사진도 공개했다. ‘화성-11마’로 적힌 미사일 탄두가 이동식 발사대(TEL) 위에 놓여 있는 모습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보도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 관련 보도 사진에 나온 탄두 및 형상과 일치한다.
화성-11마 미사일은 북한의 대표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화성-11형)을 극초음속을 성능개량한 것이다. 글라이더 모양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북한이 최근 가장 많이 시험 발사한 미사일 중 하나다.
또 KN-23은 철도 발사와 수중 발사 등 다양한 발사 플랫폼이 식별됐고 비행거리도 최대 800㎞를 넘나들어 남측을 타격하는데 북한에게 최적의 무기체계로 꼽힌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저공 비행하면서 한미의 대공 방어망을 회피하고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하고자 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용원 의원은 “극초음속 단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1마로 한국군 탄도탄방어망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며 “북한 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이 전력화되면 현 한·미 미사일 방어망에 의한 요격이 제한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신형 천마 전차도 공개됐다. 지난 5일 보도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 관련 보도 사진에 등장한 바 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군은 이스라엘 아이언 피스트(폭압탄 방식)와 유사한 하드킬(Hard Kill) 능동방어체계를 시험 중으로 한국군도 폭압탄 방식을 내년 10월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지만 대응탄 요격시험은 아직 실시하지 못해 북한군 하드킬 능동방어체계가 우리보다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북한군은 신형 천마 전차 개발을 통해 우리와 전차 심수도하(深水渡河·전차가 수심 4∼5m 깊은 하천·호수 등을 건너는 작전),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등 전차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열병식에선 신형 전차, 자주포, 방사포 등 재래식 전력도 과시했다. △극초음속장거리전략미사일 △자폭무인기 발사차 △지상대공중, 지상대지상 미사일 △현대식 주력 땅크(탱크)라 불린 ‘천마-20’형 △155㎜자행평곡사포 등의 무기체계가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현대식주력땅크(탱크) ‘천마-20형’ 종대에 이어 우리 군대의 제1병종인 포병무력의 강세를 보여주는 155㎜ 자행평곡사포 종대가 멸적의 포신을 추켜들고 광장을 누벼나갔다”고 언급했다. 또 “적의 주요 목표들을 정밀타격하는 새세대 핵심 공격무기체계들과 세상에 유일무이한 주체조선의 첨단병기인 600㎜ 방사포 종대의 흐름에 관중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날 열병종대 행진은 노광철 국방상이 선두에 섰으며 미사일 전력을 총괄 운용하는 전략군과 특수작전군 등에 이어 해외작전부대도 등장했다. 러시아 매체 RT는 “이들 병사들은 러시아 군대와 함께 쿠르스크에서 싸웠다”고 언급했는데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 부대가 열병식에도 등장한 것이다.
‘정찰정보총국 종대’도 행진했다고 언급됐다. 북한은 최근 군 총참모부 산하 대남·해외 정보 수집 및 공작 기구인 정찰총국을 '정찰정보총국'으로 확대 개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을 모았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는 북한 매체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보도 사진에서도 보이지 않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 사상적, 군사 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들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계속 진화되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는 ‘패권 반대’, ‘진보적 인류’ 등의 언급은 자리를 함께한 중국과 러시아, 아세안 등 비(非)서방 국가들을 의식한 것으로 북한의 국방력 강화가 반미·다극화 진영 세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