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전기차는 손 못 대요. 보험사에서 보내주는 차량 외엔 일거리가 없어요.”
전북 자동차정비업계가 전기차 확산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기차 특성상 정비 항목이 줄어들고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업계 전반이 극심한 매출 부진에 빠진 것이다.
15일 도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2020년 3천323대에서 올해 2만6천902대로 5년 새 9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차량 증가가 곧 정비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 내연기관 차량처럼 오일·타이밍벨트·냉각수 교환 등의 정기 점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이상 진단도 대부분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소형 정비소들은 고가의 전장 진단 장비를 구입하기 어렵고, 제조사 중심의 폐쇄적 정비 체계로 인해 기술 정보 접근도 제한돼 있다.
제조사 직영 서비스센터로 차량이 몰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익산에서 20년째 공업사를 운영 중인 김모(54)씨는 “전기차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정도 외에는 손댈 곳이 없다”며 “전기차 전용 장비가 없으면 접근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감이 예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평균 매출도 30~40% 줄어들었다”며 “공업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게 경기침체도 불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차량 유지비를 줄이려는 운전자가 늘었고, 오일·필터 교환 등 기본 정비를 미루는 사례가 많아졌다.
운행 자체가 줄다 보니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입고 건수도 자연히 감소했다.
이에 소형 정비소들의 보험처리 차량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도내 다수 정비업체는 전체 매출의 70~80%를 보험사에서 연계된 차량 수리로 올리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건비와 부품비 상승으로 실질적인 수익성은 낮아지는 상황이다.
실제 소형 정비소들은 폐업과 휴업을 고려하는 데 더해, 중고 차량 부품을 주요 서비스로 내세우는 경우도 잦아진 상태다.
전주에서 40년간 차량 정비를 해온 박모(62)씨는 “신규 고객은 없다고 보면 되고, 보험사 수리 차량이 대부분”이라며, “그나마 있는 단골 손님들에겐 폐차장에서 차량 중고 부품을 연계하고 교체 및 보수해주는 일로 수익을 내는 형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은 줄었는데 직원 월급이나 부품 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공업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직원 수를 줄이거나 대표 혼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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