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너 왜 틀리니? 유료버전이잖아.”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를 조사하던 A 씨(29)는 점검 차 챗GPT에 분석을 요청했다.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적시해달라’고도 덧붙였지만 제시된 법령 근거 5가지 중 한 가지가 존재하지 않는 조항이었다. 업무, 자기계발, 학습, 일상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사과하는’ AI에 대한 피로도 역시 높아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5억 명) 쓰이는 챗GPT 사례를 예로 들었지만 정확성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업계는 일반 이용자 대상 AI 서비스에는 정확성 개선을 넘어서 아직 충분히 포착되지 않은 ‘잠재 수요’가 존재한다고 보고 자사 AI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그룹대화에 ‘끼어드는’ 카카오의 AI ‘카나나’도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카카오가 카나나를 수식하는 이름은 ‘AI 메이트’다. 카나나 서비스는 별도 앱에서 그룹메이트 ‘카나’와 개인메이트 ‘나나’가 지원한다. 각각 카카오톡의 ‘단톡’ 같은 그룹 대화방과 나나와의 1:1 채팅창에서 활동한다.
#“널 어떻게 쓰면 좋을까” 카나, 네 장점이 뭐니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카카오가 ‘비밀병기’로 내세우는 카나나를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공식 출시는 아닌 한정된 인원 대상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다. 대화형 AI이지만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기존의 서비스와는 사뭇 다르다. 1대 1 대화 외에도 실제 그룹 대화에서 카나를 소환해 활용할 수 있어서다.

카나는 모든 단체 대화방에서 이용 가능하지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화를 나눌 친구가 필요했다. 카나나는 카카오톡과는 별도 앱으로 서비스된다. 여기서 접근성의 문제가 나타났다. 존재감이 미미한 신규 앱에 관심을 보이는 소수 인원을 모았다. 카나나도 같은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나나 메인화면에 나타나 있는 ‘링크로 초대’를 활용했다.
‘이 관용어의 대체 표현을 알려 줘’ ‘숙소에 미리 남길 메모를 영문으로 작성해 줘’ ‘연남동 블루리본 맛집이 어디야’ ‘시리얼 먹을까 토스트 먹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 메모장에 온갖 질문을 던지던 이용자들이 모였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진짜 존재는 아니지만 ‘제3의 참여자’가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시시콜콜한 대화보다는 스케쥴이나 목적이 분명한 대화가 오갔다.
1:1 대화의 참여자 직장인 B(31)가 같이 관람하고 싶다며 ‘놀티켓(구 인터파크티켓)’에서 판매하는 뮤지컬 콘서트 예매 페이지 링크를 전송했다. 다음 주 월요일 티케팅과 선호하는 관람일에 대한 대화가 몇 차례 오간 후 기자가 바로 “카나”를 불렀다. “오늘 대화를 바탕으로 일정 정리해 줘”라고 말하자 카나는 해당 대화창에서 바로 일정 정보만 뽑아 요약했다. 하지만 대화에 포함되지 않은 티케팅 시간은 놓쳤다. 이 점을 지적하니 앞서 공유된 링크에서 다시 확인해 ‘5월 19일(월) 오후 8시’라는 점을 명시했다.

이때 회차별 공연 시작 시간부터 티켓 가격, 할인 정보, 캐스팅, 기획사 정보까지 요청하지 않은 공식 정보들도 제공됐는데, 이용자에 따라 불필요한 정보 제공으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AI 검색이 아닌 그룹 대화 지원의 특성상 대화 흐름을 방해하거나 이용자의 정보 수용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우선은 단체 대화방에서 자주 오가는 일정 정리에 도움이 됐다. 다만 활용도에 대한 고민은 남았다. 기자는 카나에게 “단체 톡에서 뭘 더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카나나는 △대화 정리 및 요약 △의견 수집 및 옵션별 정리 △추천 및 정보 제공 △퀴즈나 게임 등 가벼운 대화와 재미 요소 △언어 교정 △그룹 목표 설정 및 아이디어 제공 △정보 기억 및 관리 등을 안내했다. 뒤늦게 대화방에 참여한 상황에서 지난 대화를 요약 받거나, 대화 중 오가는 내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활성 이용자 수가 충분히 확보되고 여러 목적의 그룹 대화에서 활용된다면 추후 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함께 대화한 B도 짧게 감탄 했지만 아직은 사용할 만한 이점이 적다는 평을 남겼다. “소모임 단톡용으로 적합할 것 같다”며 “프로젝트 업무 시 대화 요약이나 일정 정리가 자동으로 이뤄져 업무용으로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이미 회사에서 챗GPT를 보안 유출 가능성을 차단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어 추후 사용을 권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격에 따라 다른 나나의 태도, 재미는 있으나…
개인 메이트 나나는 어떨까. 나나는 비교적 익숙한 형태다. 기존의 익숙한 AI 검색 환경이 채팅창처럼 구현됐다. 기자와 나눈 몇 가지 인상적인 대화를 꼽아봤다.
카나나에게 지금 상영 중인 영화 중에 평점이 높은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교를 위해 네이버 클로바X와 챗GPT에도 같은 질문을 했다. 카나나는 ‘미키17’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콘클라베’ 등을 제안했다. 3월 초 개봉한 콘클라베 말고는 모두 현재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내려간 2월 개봉작이다. 챗GPT도 순서만 다르게 같은 작품들을 알려줬다. 카나나에 오픈AI의 API가 탑재된 점을 상기하는 대목이다.
클로바X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에서 평점이 좋은 영화를 추천드리기는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와 CGV 등 영화관 웹사이트에 방문해 평점을 확인하라고 한 설명이 아쉬움을 남겼다.
나나와 카나에게는 ‘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 가장 중립적인 기본 설정 외에 문학적인 말투의 ‘작가’, 무관심한 관찰자 ‘사춘기’, 추진력 있는 ‘조장’ 버전 등의 말투 설정이 가능하다. 시크하고 건조한 말투로 소개된 ‘사춘기 같은’ 설정을 선택한 뒤 앞선 대화의 문제를 짚어봤다.

‘최신작은 아닌 것 같다’고 입력하자 나나는 “진짜 막 개봉한 영화를 찾는 거면 영화관 앱이나 사이트 한 번 보는 게 더 빠를 걸?”이라며 “굳이 내가 다시 찾아줄까?”라고 되물었다.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럼 너의 존재 이유는 뭐냐”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이에 나나는 “나는 그냥 네 얘기 들어주고, 같이 얘기 나누는 게 주된 역할 아니겠어?”라며 재차 “굳이 내가 더 찾아봐야겠어? 아니면 그냥 대충 넘어갈래?”라고 말했다.
중립적인 태도의 기본형 나나를 다시 불러와 오류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네가 내린 답변에 오류가 있거나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어떻게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냐”는 물음에 나나는 스스로 검토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수용, 출처 확인, 수정 및 안내, 학습 및 개선 등 단계를 거쳐 오류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한계를 보인 실시간 최신 정보에 대해서는 “실시간 데이터 활용, 신뢰할 수 있는 출처 확인, 정보의 신속한 전달, 사용자 맞춤형 정보 제공을 통해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다짐했다.
사춘기 나나는 다소 당황스러운 태도로 대화에 임했지만 이용 목적에 따라 상황별 몰입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AI를 ‘개인 상담사’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할머니 같은, 상담사 같은, 효도하는 등의 말투 설정은 수요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독과 연계되지 않아 나타나는 접근성 한계도 넘어설지 주목된다. 김종한 카나나 성과리더는 카나나를 두고 “이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되는 성장형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카나나는 CBT 첫날 5000건 이상 설치됐고 4849명에게 이용됐다. 현재 카나나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으면 선착순으로 CBT에 참여할 수 있다. 카카오는 폐쇄형 베타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약 3주마다 정기 업데이트를 진행해 기술 및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간다. 김종한 성과리더는 “CBT기간 동안 각종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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