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주고받는 소셜 미디어
내 코앞에 익명의 택배 상자 등장한다
각종 고지서며 범칙금 딱지도 날아든다
우편물 겉봉에 쓰인 선명한 이름과 주소
그걸 그냥 버린다는 건
나를 속속들이 내보이는 일 같아
어딘가로 내 이름이 누더기 된 채 돌아다닐 것 같아
잘디잘게 찢기로 한다
차마 내가 나를 버릴 수 없을 때
덩어리인 나를 부숴주는 파쇄기
근신, 걱정, 눈물, 혼돈이 어떻게 하면 사라지는지
어제의 실수가 어떻게 잊혀가는지
단순해지라고 조금씩 알려주는
◇정순오= 2002년≪대구문학≫ 등단. 대구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 혜암아동문학 회원. 시집 「이만큼 왔으니 쉬었다 가자」 2023년 동시집<좋은 걸 어떡해>발간. 2023년 한국예술 복지재단 창작디딤돌 선정. 2024년 선정아르코창작기금 선정.
<해설> 익명으로 배달되는 택배 상자에도 받는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명기되어 있기 마련이다. 나도 모르게 내 신상이 노출되고 모르는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 각종 고지서와 범칙금 통지서들도 맘만 먹으면 누구라도 뜯어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시인은 발가벗겨진 자신이 백주에 노출된 느낌을 받는다고 시로 설하고 있다. 내가 나를 버릴 수 없음에 결국 파쇄기 한 대를 들여놓은 것일까? 그 후 파쇄기는 근신, 걱정, 눈물, 혼돈이 어떻게 하면 사라지는지, 어제의 실수가 어떻게 잊혀가는지, 그 해답은 단순해지는 것임을 파쇄기로부터 교훈을 얻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