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양의지(38)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TV로 지켜봤다. 양의지는 리그 최고의 포수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거의 빠짐없이 초대를 받은 단골 손님이다. 2023년까지 6시즌 연속으로 수상 기록을 이어오던 지난해 부상 여파로 포수와 지명타자로도 골든글러브 후보 기준을 채우지 못해 후보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빠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추억이 있는 첫째 딸 소율(10)에겐 어색한 순간이었다. “아빠는 왜 시상식에 안가?”라고 묻는 소율에게 양의지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딸의 한 마디가 ‘아빠’ 양의지의 부활 의지에 불을 당겼다.
양의지가 1년 뒤 ‘당당한’ 아빠로 무대에 올랐다. 소율, 소윤(5) 두 딸 앞에서 10번째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았다.
양의지는 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5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총투표수 316표 중 278표(88%)를 받는 압도적인 지지로 2025시즌 최고의 포수로 꼽혔다. 이번 수상으로 양의지는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이 보유한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일찌감치 포수 부문 수상자로 굳어진 양의지는 시상식에 앞서 “딸이 기대가 컸다. 일어나자마자 ‘시상식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웃었다. 양의지는 이날 시상식에서 보란듯이 소율, 소윤 두 딸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포수 대선배인 이만수 전 감독이 시상자로 나와 양의지의 이름을 호명했다.
양의지는 2014~2016년, 2018년~2023년, 그리고 올해까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10번째 황금장갑을 손에 넣었다. 이 중 포수로 받은 골든글러브는 9개로 단일 포지션 최다 수상 신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3루수 부문에서 8회 수상한 한대화, 최정(SSG)이 있었다.
절치부심한 양의지는 공수에서 맹활약을 했다. 올해 정규시즌 130경기에서 타율 0.337를 치며 2019년 이후 6년 만에 타격왕에 올랐다. 20홈런 89타점이라는 뛰어난 타격 성적 외에 골든글러브에서 후보에 들기 위한 수비 기준인 720이닝 이상(726이닝)을 뛰며 포수 부문 후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무대에 선 양의지는 “다시 한 번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큰 상을 받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다음 시즌 두산의 도약도 약속했다. 주장 양의지는 빛났지만, 팀은 정규시즌을 9위로 마감했다. 양의지는 “내년에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으로 11번째 골든글러브에 도전하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새로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을 바라보며 “골든글러브와 함께 감독님이 감독상을 같이 수상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이제는 KIA를 떠나 ‘삼성맨’으로 돌아온 최형우가 최고령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형우는 무려 309표(97.8%)의 지지를 받아 올해 최다 득표율로 골든글러브를 더했다. 지난해 만 40세 11개월 27일의 나이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 최고령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던 최형우는 올해 자신의 기록을 새로 썼다.
KIA의 중심 타자로 활약한 최형우는 지난 3일 삼성과 2년 최대 26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하며 삼성으로 소속팀이 바뀐채 상을 받았다. 최형우는 2016년에는 FA 계약으로 삼성에서 뛰다 KIA로 이적해 KIA 선수로 시상대에 오른 바 있다. 최형우는 “나이라는 단어와 매년 싸우고 있는데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뭔가 이겨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 자신에게 뿌듯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투수 부문에서는 올 시즌 한화에서 활약하며 투수 4관왕과 함께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코디 폰세가 차지했다. 내야진은 첫 수상자로 채워졌다. 1루수에서는 타격 3관왕에 오른 르윈 디아즈(삼성), 2루수는 LG의 우승을 이끈 신민재가 이 부문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3루수 부문에서는 송성문(키움)이 첫 황금 장갑을 들어올렸다. 유격수 부문에서도 김주원(NC)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 외야수 부문에서는 신인왕을 차지한 안현민(KT) 외에 구자욱(삼성)과 빅터 레이예스(롯데)가 골든글러브 경쟁 최종 승자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