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칼럼] 몽골에서 다시 생각해본 ‘한식’

2025-03-11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월 상중순, ‘한국의 음식과 사회변동’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몽골 국립대학을 다녀왔다.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친절하고 순수한 현지인들과 이야기 나누고 박물관도 방문하며 몽골 사회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흥망성쇠를 거듭한 격동의 몽골 역사와 거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몽골인들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몽골의 한류 현주소를 체감할 수 있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부는 한류는 뜨거웠다. 드라마나 케이팝(K-Pop)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한국 브랜드의 편의점, 카페, 프랜차이즈 식당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도 갈비탕과 비빔밥, 부대찌개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었다. 대학 주변에 자리 잡은 한국식 분식집 인기 메뉴는 떡볶이와 어묵, 닭강정 등이었다.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몽골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고기 중심의 몽골 전통음식을 체험하며 한국과 몽골의 음식문화 차이에 대해 생각해봤다. 겨울이면 영하 30∼40℃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기후와 척박한 토지 때문에 몽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연에 적응하면서 철 따라 가축을 이동시키며 살아가는 유목문화가 형성됐고, 식재료는 당연히 자신들이 기르는 양과 염소 등이었다. 몽골인들은 자신들이 조달할 수 있는 육류와 유제품을 기반으로 한 음식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온화한 반도에서 벼농사를 짓고, 계절에 따라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며, 가까운 바다에서 나는 생선 및 해조류 등 여러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한국 전통식단의 다양성은 기후·토지·사람 등이 어우러진 ‘공진화(共進化)’ 역사의 결과이다. 특히 농업은 이러한 공진화의 핵심에 있다.

전통 한식은 농산물에 기반하고 있으며 다양성·제철·지역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쌀과 잡곡으로 구성된 밥, 지역에서 많이 나는 식재료를 활용한 국이나 탕, 그리고 제철 채소를 조리한 반찬 등이 밥상을 구성한다. 다양한 음식으로 구성된 한식은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없다.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이 잡힌 좋은 식단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세트나 피자 혹은 치킨 등과 비교해보면 한식의 우월성은 너무도 분명하다. 10여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이탈리아의 카를로 페트리니는 전라도의 한정식을 맛보고, 그 맛과 다양성에 감탄한 적 있다. 당시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페트리니는 한국 사람들이 날씬한 이유가 한식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율은 OECD 국가 가운데 일본과 함께 가장 낮았다. 반면 미국·멕시코·호주 등은 비만율이 높았다. 음식이 비만율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은 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비만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데, 그중 큰 요인은 청소년들의 식습관이다. 한식이나 집밥을 멀리하고, 편의점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소비한다. 가족들과 외식을 해도 삼겹살이나 갈비 등 육류를 집중적으로 먹는다. 청소년들의 비만이 늘어나고, 심지어 당뇨병에 걸려 평생을 고통받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한식을 더 많이 먹도록 가정·학교·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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