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어의 법칙' 한계 부딪혀
생성형AI, 디지털 생태계 거대한 변화
물리 AI 새로운 성장 기회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3분기 월가의 기대치를 웃도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놓은 엔비디아(NVDA)의 수장 젠슨 황이 인공지능(AI) 버블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월가에 뜨겁게 달아오른 AI 버블 경고에 정면 반박한 것. AI 칩 블랙웰의 '미친 수요'를 실적으로 확인시켜 준 그는 11월19일(현지시각) 컨퍼런스 콜에서 AI 혁신이 세 가지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젠슨 황이 꼽은 첫 번째 변화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기존 CPU(중앙처리장치) 중심의 컴퓨팅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의 가속 컴퓨팅으로 세상이 본격 전환 중이라는 점이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반도체 직접회로(칩)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8~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즉, 칩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트랜지스터) 개수가 약 2년마다 두 배 늘어난다는 의미로, 관찰과 경험에 근간을 둔 이론이다.
미국 IT 업체 인텔(INTC)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지난 1965년 처음으로 제안한 법칙은 컴퓨터 성능이 빠르게 향상될 뿐 아니라 같은 가격으로 더 높은 성능의 디지털 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IT 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무어의 법칙을 근간으로 컴퓨터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서버 등 다양한 IT 제품의 성능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가격은 점차 낮아졌다.

무어의 법칙은 21세기 초까지 IT 산업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젠슨 황의 주장대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 미세화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공정 미세화란 반도체 칩 내부 트랜지스터와 회로의 크기를 점점 더 작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 필수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미세화할 경우 여러 기술적, 경제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무엇보다 3나노미트(nm) 이하의 초미세 공정부터는 제조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생산 과정에 사용하는 노광(EUV, 극자외선) 장비와 마스크 설계가 복잡해지고, 공정 속도가 느려지면서 수율도 떨어지기 때문.
둘째, 선폭 미세화로 인한 누설 전류 문제를 포함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트랜지스터 간의 간섭과 열 발생 문제도 심각해지기 때문에 칩의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도전 과제가 점점 더 커진다.
셋째, 초미세 공정에서는 웨이퍼 당 생산 가능한 칩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다이(die) 크리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도 발생한다. 다이를 크게 만들수록 불량률이 높아지고, 원가가 상승하는 구조다.
반도체 업계가 단순 미세화 경쟁을 넘어 여러 칩렛(chiplet)들을 조합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는 아키텍처를 개발하거나 설계 및 공정 통합 최적화(DTCO) 같은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성능과 전력, 면적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젠슨 황이 실적 발표 자리에서 주장한 무어의 법칙 한계는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으로, ZD넷을 포함한 미국 IT 전문 매체는 이 같은 상황이 엔비디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전했다.
칩 제조 공정이 3나노 이하로 진입하면서 비용과 물리적, 기술적 난관을 맞았고, CPU 등 기존 칩이 더 이상 2년마다 트랜지스터 두 배라는 고도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AI를 필두로 혁신적 연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GPU 같은 대체 연산 구조가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만큼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에서 업체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AI 버블이 아니라 패러다임 측면의 산업 전환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AI 투자와 GPU 구매가 일시적인 과열이 아니라 IT 역사상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는 얘기다.
AI 버블 주장에 대한 젠슨 황의 두 번째 반박은 생성형 AI의 부상으로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 등 디지털 생태계에 전개되는 거대한 변화의 확산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딩 어시스턴트와 로봇 등 이른바 '에이전트형 AI'와 '물리 AI'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아키텍처가 세 가지 변곡점 모두를 지원할 수 있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범용적으로 채택된다"며 "AI는 이제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은행(IB) 사이에 데이터센터 투자 과잉과 버블 논란이 꼬리를 물면서 오라클(ORCL)의 주가가 급락한 한편 회사채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치솟는 등 한파가 확산됐다.
엔비디아가 3분기 압도적인 실적 호조를 연출한 데 따라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일정 부분 진정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고음이 자취를 감추지는 않았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S&P500 기업의 주가 상승 75%와 이익의 80%, 설비투자의 90%가 AI에 집중됐다"며 "극심한 쏠림 현상이 매우 우려된다"고 전했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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