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4년 한 해 동안 보험업권에서는 실손청구 간소화를 비롯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 등 그동안 준비 단계에 머물렀던 계획들을 하나씩 실현하며 보험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인 IFRS17의 가이드라인도 후속 발표되며 보험 계리적 산출기준이 정립되는 등 제도 안착도 진행된 모습이다.
이 외 올 5월부터 꾸준히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는 금융당국의 주도하에 실손의료개혁 등 소비자와 밀접한 주요 과제들이 다뤄지면서 업권 안팎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실손청구 간소화 시행...지난달 말 기준 전체 대상기관 중 3.2%가량 참여
소비자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전산화)가 지난 10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험개발원에서 보건복지부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등과 함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오픈행사'를 열고 전산시스템 운영 상황과 요양기관 참여 현황 등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가 요청하면 요양기관(병·의원 및 약국)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산으로 전송함으로써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서비스다.
서비스가 시행된 지 한 달 이후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앱인 '실손24'에 가입한 소비자는 60만4천명이며 지난 11월 22일까지 보험금 청구가 완료된 건은 2만5천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대상기관인 7천725개 병원급 요양기관의 약 3.2%가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 7만개와 약국 2만5천개를 대상으로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도입...자동차·용종보험 시작으로 저축·펫·여행자보험까지 확대
금융당국은 올해 1월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을 시작으로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보험회사들의 온라인 보험상품(CM)을 비교해 주고, 이용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는 7개 핀테크사(토스·뱅크샐러드·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해빗팩토리·쿠콘·핀크)와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들이 참여했다.
용종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는 쿠콘과 생명보험 5개사(교보생명·신한라이프·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NH농협생명)가 참여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네이버페이가 저축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했고, 7월엔 카카오페이가 펫보험을, 네이버페이가 여행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플랫폼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플랫폼의 보험상품과 각사 CM 채널의 상품 가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이용 유인을 하락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이용자 수는 약 81만명인 가운데 이 중 실제 가입자 수는 약 7만3천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6일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개선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CM 채널 상품의 보험료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개선하고, 소비자가 정확한 보험료를 산출해 비교할 수 있도록 핀테크사와 보험업계 간 정보 공유를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금융당국, IFRS17 가이드라인 제시...무저해지 보험 계리적 산출 기준 정립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4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산출 시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해야 한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 상품에 비해 10~40% 저렴한 상품이다.
지난해 도입된 회계기준인 IFRS17 하에서 보험사들은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을 경험통계 및 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정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자의적 가정이 장기적으로 위험을 누적시켜 보험사의 건전성을 저하시키는 한편 이로 인해 보험계약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산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사의 계약서비스마진(CSM) 감소 및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하락을 초래할 것이며, 보험사들이 가용 자본을 늘리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 보험사 매각 줄줄이 '난항'...MG손보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금융' 지정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매각이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추진했던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우리금융의 본입찰 불참으로 좌초한 데 이어 우리금융이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작업도 우리은행에서 터진 부당대출 사건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KDB생명은 6차례 연속으로 매각에 실패했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지난 9일 메리츠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MG손보의 부실 리스크가 예상보다 클 경우 메리츠금융이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MG손보 인수와 관련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 완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GA에도 1200%룰 적용"...금융당국, 제5차 보험개혁회의서 판매수수료 '개편' 논의
그동안 보험사가 전속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지급 시에만 적용됐던 판매수수료 ‘1200%룰’이 앞으로는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수수료 지급 시에도 적용된다.
‘1200%룰’은 보험 계약 후 1년간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상한선이 월 보험료의 1200%를 넘을 수 없게 한 제도를 말한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해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방향'을 논의했다.
판매수수료는 상품가격뿐만 아니라 계약 유지율, 영업 관행 등 소비자 신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보험산업의 중요한 개혁과제다.
판매수수료 선지급은 부당승환과 잦은 설계사 이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보험계약 유지율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GA 소속 설계사들에게는 1200%룰이 미적용 되고 있고, 계약체결 실적 조건부 고액 정착지원금 등이 지급되며 설계사 이직과 승환계약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같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생·손보협회, 보험대리점협회, 보험사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험개혁회의 판매채널반에서 장기간 논의를 거쳐 판매수수료 개편방향을 마련했다.
◆ 금융당국, 실손의료개혁 방안 발표...의료개혁특별위원회, 실손개혁 '재시동'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개최한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실손의료개혁의 일환으로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의료비 발생을 지급사유로 하는 보험상품을 설계하지 않도록 감독행정을 실시하는 한편, 상품 심사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고액 보험금 수령을 위한 과잉 의료행위를 제한하고, 건강보험 재정악화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실손의료개혁이 당분간 반쪽짜리로 표류할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연내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등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탄핵 정국 여파 등으로 실손보험 개혁방안 공청회가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6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제12차 회의를 개최해 비급여 관리 개선대책과 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현장, 환자단체 등 각계의 의견수렴 결과를 기반으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의료체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에 담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 '3세 경영' 본격화...한화생명·현대해상 이어 교보생명도 합류
보험업계에서도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팀장을 경영임원(상무)으로 승진, 임원진에 합류시켰다.
신 신임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여 간 근무했다. 이어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은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를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선임했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CSO 직속 조직인 지속가능실 소속 수석전문위원 6인(박계현·김택수·주준형·강명관·서홍원·김성재)을 모두 임원으로 승진, 발령냈다.
정 전무는 1986년생으로,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현대해상에 입사하기 전에는 소셜벤처 지원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 사회적 가치 투자사 HGI 등을 설립하는 등 사회적기업 분야에서 활동했다. 현대해상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도하고, 디지털 혁신 작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현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역시 지난해 2월 한화생명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1985년생으로, 미국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9월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을 맡았다. 이후 전사 혁신실 및 디지털혁신실, 미래혁신 및 해외총괄 등 주요 미래사업 부문을 담당했다.
◆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사망보험금, 신탁회사가 운용해 신탁수익자에게 지급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돼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도입된다고 밝혔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을 계약자가 원하는 대로 신탁회사가 운용·관리해 신탁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보험계약자가 사망하는 경우 유가족이 일시에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는 것만 가능했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3천만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은 보험 수익자를 신탁업자로 변경하고, 신탁 수익자를 배우자·직계존비속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해졌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기준 총 840억원 규모, 214건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맺었다. 교보생명 역시 지난달 29일 기준 123건, 140억원 가량 규모의 계약을 성사했다. 이 외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보유한 국내 보험사로는 한화·흥국·미래에셋생명이 있다.
흥국·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부터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판매 중이며, 한화생명의 경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올해 5대 손보사 3분기 누적 순이익 6조7천억원 '역대 최대'...대형 생보사는 실적 '희비'
올 들어 3분기까지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대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의 누적 순이익은 약 6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손보사가 모두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셈이다.
삼성화재는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8천6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DB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천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했고,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4천9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2% 늘었다.
현대해상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했고,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8.8% 늘어 올 3분기 누적 7천4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대형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들의 실적은 다소 엇갈렸다.
삼성생명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당기 순이익이 2조4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9% 늘었다. 교보생명은 올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순이익이 9천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었다.
다만 한화생명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7천2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9% 줄었다.
◆ 車보험 '빅4' 손보사 11월 누적 손해율 평균 82.5%...전년 동기 대비 3.2%p 상승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점유율 85% 이상인 빅4 손보사의 올 들어 11월까지 손해율 평균이 82.5%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9.3%) 대비 3.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또한 이들 보험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전년 동기(86.3%) 대비 6.1%p 상승한 92.4%로 나타났다.
통상 손보사들은 사업비, 마케팅비, 기타 비용 등을 고려해 손해율 80~82%를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으로 여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최근 3년 동안 자동차보험료를 낮춰왔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손해율 악화를 감안해 내년에는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자동차보험료는 연말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간 암묵적인 논의를 거쳐 조정됐지만, 올해는 탄핵 시국 등에 따라 국정이 마비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