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심 정황있으나 주식평가방법 위법하다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매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허 회장 등은 2022년 12월 SPC그룹 총수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SPC의 계열사인 밀다원의 주식을 취득가나 직전 연도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SPC삼립에 양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지배주주에게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로 의제해 과세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신설된 때로, 밀다원의 주식을 매도하지 않으면 총수 일가에게 매년 8억원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이에 검찰은 허 회장이 적법한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밀다원의 주식가치를 저가로 산정하게 한 뒤 양도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했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 주식 양도 이후 밀다원의 매출액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밀다원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이 사건 주식가치 산정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허 회장, 허 회장과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과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밀다원 주식을 양도한 이후 매출액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는 밀다원 공장신설과 함께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따른 결과"라며 "또한 양도 이전에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그것이 비정상적인 매출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법을 적용하게 되면 오히려 평가자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반면 과거 3년간의 순손익액을 기초로 한 이 사건 주식가치 평가방법은 원칙적인 평가방법에 해당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에 따라 이뤄진 이 사건 평가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로 업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서 회사에 손해를 발생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입증돼야 한다"며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지만 관련 증거들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법을 적용하지 않은 이 사건 주식평가방법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밀다원 주식평가방법이 위법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를 배임이라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