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분쟁 건 서울청 이첩 ‘예화랑게이트’ 현실화되나

2024-12-11

[비즈한국]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내부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형제 측(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이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들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된 까닭이다. 서울청의 직접 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형제 측이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측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들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정은 최초 고발을 접수한 강남경찰서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한 뒤 서울청에 이송을 요구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서울청으로의 이송은 단순히 단위 경찰서에서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 즉 회사와 주주들에 대한 배임 의혹과 그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해 강력한 조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과는 별개로 고발사건, 즉 배임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형제 측이 임주현 부회장 측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은 모두 세 가지다. 첫번째는 임 부회장의 모친인 송영숙 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에 회삿돈을 과도하게, 절차 없이 납부하게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혐의다. 두번째는 송영숙 회장,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등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사건이다. 세번째 사안은 임 부회장과 김방은 예화랑 대표간의 ‘예화랑 건물에 대한 고가 임대건’이다. 이는 정권 유착을 앞세운 김방은 대표 측과 자본을 가진 임 부회장 간의 수상한 부동산 임대 계약으로, 자칫 ‘예화랑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예화랑 임대 사건은 자본금이 40억 원밖에 되지 않는 한미약품그룹의 의약품 배송 전문 계열사인 ‘온라인팜’이 김방은 대표가 소유주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예화랑 건물을 임대 보증금만 48억 원을 주고, 매월 4억 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무려 20년간 계약한 건이다. 예화랑 건물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채 강남 사무실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과 사정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화랑 소유주인 김 대표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뒤 청와대 재활용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현 정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의혹의 시선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 대표의 남동생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로,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채용됐다가 한 달만에 퇴직한 인물이다. 예화랑의 수상한 임대가 주목받은 이유이자, 경찰 수사 추이에 따라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김방은 대표와 임주현 부회장이 모두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만든 미래회에서 활동을 같이 했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미래회 멤버들 간의 고가 임대 의혹에 배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예화랑 건물 임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미래회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 경영권 분쟁 1차전에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입성에 실패한 임주현 부회장 입장에선 설상가상으로 서울 경찰청의 본격 수사라는 더 큰 암초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예화랑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임 부회장과 김방은 대표간의 수상한 거래 관계는 단순한 사인간의 유착을 넘어 현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권력형 비리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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