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2025년도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이 2023년 대비 7%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에 발표한 ‘4차 사회적기업기본계획’에서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인건비를 포함해서 직접적인 재정 지원 대신 민간 판로 확대와 투자 유치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2025년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은 131억 원으로 2023년 대비 93%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사업 개발 보조금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재정지원 사업은 사라지게 됐다. 바람직한 방향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에 있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정책을 펼쳐왔다. 이는 지난 모든 정권을 관통해 온 일관된 흐름이다. 사회적기업 발굴, 인증, 지원, 집행, 정산, 결과보고에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여도가 상당히 높았다. 협력적 거버넌스에 있어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권한과 책임이 그만큼 비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원의 범위가 넓고 예산 투입 비중이 높은 만큼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게 하기보다 양적성장에 치중해 온 측면이 있다.
기업 성장 지표의 핵심은 경영공시다. 사회적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기업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올라오는 자료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성과를 관리하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경영공시에 참여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산규모가 적거나 반대로 경제적 성과가 높은 사회적기업도 이탈하는 행태를 보인다. 벌어들인 이윤의 사회적 목적 재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7년간 이어오던 사회적기업 정책 노선을 육성에서 자생력 강화로 틀었다. 방향은 맞다. 다만 극단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민간 판로 확대와 투자 유치를 아무리 해본들 조직역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기업이 다수인 현실에서 윤 정부의 성급한 결정은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회계와 행정 업무를 실행할 실무자는 존재하지 않고 의사록도 볼펜으로 기록하는 대표자·임원이 대부분인 사회적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변화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까? 사실상 폐업 수순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2년째 맞이해야 할 지금 일각에서 “사회적기업이 콜렉티브 임팩트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와 이목을 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기업, 시민 등 주요 주체들이 공동의 어젠다(의제)를 가지고 협업함으로써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해결 방법을 일컫는다. 지난 11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콜렉티브 임팩트를 통한 사회적기업 자생력 강화’ 정책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정·박해철·안호영·이학영 의원실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사회적기업 상호협력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시민,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정현 교수(명지대학교)는 “사회적기업 간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뒤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성과 지표를 만들어 고용 규모나 매출 대신 실질적 임팩트를 평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이 관련 부처에 따라 분리되면서 협력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정부 지원 축소로 조직 간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소개된 사례도 흥미롭다.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사회적기업 ‘코이로’는 가죽 패션 제조 산업 강점을 살려 교육·생산·판매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홍찬욱 대표는 “(코이로는) 주식회사 에스알,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에 공동판매와 납품을 하고 있다”면서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으며 12개 사회적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사회적기업 제품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판매장 ‘공삼일샵’이 지난 9~10월에 신세계 스타필드와 협업해서 하남, 수원, 고양 등에서 사회적경제 제품 팝업 행사를 열어 판로를 확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제주도는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제정한 ‘사회적기업 성과에 따른 경제적 보상 조례’를 소개했다. SK사회적가치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지역 공헌도를 측정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유나이티드 축구단과 협력해서 사회적기업 홍보와 제품 판매 행사를 공격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신한카드와 제주항공이 공동으로 홍보 부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SK행복나래의 이충섭 실장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회적 공헌 가치를 부각해야 한다”면서 “(정부 대신) 사회적기업을 돕는 협력 기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목소리에서 어떤 시사점을 찾고 실행할지는 기로에 선 사회적기업 몫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실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11월 19일 울산시는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비율은 0.46%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동안 구매 가능한 품목 제한과 구매기관 및 생산시설 간 수요·공급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정부가 정한 의무 구매 비율 목표치 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재 1040개 공공기관이 이를 따라야 한다. 울산시는 2022년 0.76%, 2023 0.8% 구매로 매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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