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의 해양학자들이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법한 독특한 해양생물을 남극 심해에서 건져 올렸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호주 정부 산하기관인 호주남극연구소(AAD) 연구진은 쇄빙선을 타고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남극 인근 해안에서 60일 간 항해 중이다.
남극 해저의 형태와 따뜻한 해수 온도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연구진은 남극해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유기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연구진이 건져 올린 표본 중 하나는 '바다 돼지'다. 길이가 4~15cm까지 자라는 해삼의 일종이다. 물렁물렁하고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몸, 뭉툭하고 짧은 다리가 돼지를 닮아서 '바다 돼지'라고 불린다. 1~6km 심해에 살며 상층 해저에서 떨어지는 유기물을 먹고 산다.
손바닥만 한 '바다 거미'도 해저에서 건졌다. 육지에 사는 거미와 무척 닮았지만, 거미보다는 게 등 갑각류에 가까운 절지동물이다. 가느다란 여덟개의 다리와 작은 몸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종은 다리 길이가 최대 51cm까지 자라기도 한다. 바다 거미는 종류만 1300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중이던 '바다 나비'도 채집에 성공했다. 바다 달팽이의 일종인 바다 나비는 바닷속을 날아다니듯 움직이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클레이오'에서 유래한 '클리오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바다 나비가 선박의 수족관 중 하나에서 알을 낳으면서, 연구진은 처음으로 익족류(pteropod) 알의 발달 과정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로라 에라이즈 보레게로 박사는 호주 ABC방송에 “이 작은 생물을 데리고 와서 관찰하고 돌보며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비밀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 수집된 해양 생물들은 기존에 발견된 종류일 수도 있지만 인간이 한 번도 확인하지 못한 신종 생물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오는 5월 초까지 남극 해안에 머물면서 옥색을 띠는 빙붕, 바다 깊이에 따른 물의 온도와 염도, 산소 수치, 미량 금속, 해류에 따른 해양 열의 빙붕 유입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