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국 수출통제 등 카드 많지만…미국도 피해”

2025-04-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전쟁이 불붙은 이달 초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워싱턴 인근에서 열린 ‘트라이래터럴 커미션’ 총회에 참석했다. 트라이래터럴 커미션은 ‘석유왕’ 존 록펠러의 손자인 데이비드 록펠러가 북미·유럽·아시아 세 지역 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세운 국제포럼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대담자로 참석했다. 관세전쟁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2011~2013년)을 지낸 박 원장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스티븐 본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 등 트럼프 측근들은 확신에 차 있었으며 관세를 통한 투자 유도, 비관세장벽 철폐, 약(弱)달러 등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다”면서 “관세 정책은 궁극적으로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믿으며 절대 후퇴는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측이 생각하는 관세전쟁의 근본 원인은.

“미국은 제일 자유로운 무역을 할 수 있게 개방했지만, 세계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들은 비관세장벽 등으로 진정한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중국이 최종 대상이지만, 중국과 협상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 협상을 통해 비관세장벽과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90일 유예로 한발 물러섰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더 카드가 많은가.

“아무래도 경제 규모가 큰 미국이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관세뿐 아니라 대중국 수출 통제, 기술 이전, 해외투자 규제 등 다양한 카드가 있다. 그러나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미국에 보복 조치를 하고 그 조치들이 동시에 시행된다면 미국도 피해를 볼 수 있고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트럼프 측은 국제 무역질서에 대한 불신이 큰데.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지속해서 개방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온갖 무역장벽과 규제를 유지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 시장을 백분 활용한 반면에 자국 시장 개방은 소극적이었다. 결정적으로 2001년 개시한 WTO 도하 라운드 협상이 중국과 인도의 끈질긴 반대로 10년 넘게 이어지다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미국은 시장 개방 협상을 더 이상 할 수 없고 새로운 무역규범 제정도 개도국 반대로 어렵게 되자 WTO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됐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WTO 최혜국대우 원칙도 무시하겠다는 태도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80년간 유지된 자유무역 질서는 끝인가.

“미국이 주도해 다자무역체제를 복원하고 필요한 개혁을 한다면 모를까 미국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1970~80년대 GATT(관세무역일반협정) 체제나 WTO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는 더는 형성하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는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모여 그룹별로 무역의 룰을 정하고 자유화를 추진하는 ‘복수 국가 간 무역협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트럼프 대응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성장 전략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수출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으로서는 최근 세계무역 환경은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관세 압박으로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한국 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우려도 있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이익을 국내로 가져와 첨단 기술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필요한 첨단기술 분야 소재·부품·장비를 만들어 공급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을 첨단기술 소·부·장 공급의 글로벌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압박받는 한국·중국·일본이 협력할 가능성은.

“한국이 중국·일본 등과 함께 미국에 대응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한·중·일 자체 FTA를 구축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추진할 만하다. 한국 기업은 중국을 시장으로 보고 수출 확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수입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마지막 모습은.

“관세 정책은 상대국으로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이득을 얻어내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 불법 이민, 마약, 직접투자 유입, 제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무역 불균형 해소, 비관세장벽 철폐 등이다. 관세 부과가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결국 이자율을 높여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과 협상이 끝나면 완전 철회는 아니더라도 대폭 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태호=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매디슨)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됐다. 현재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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