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석탄발전소 폐지하라” 석탄발전노동자가 일터를 없애라고 외치는 이유

2025-12-17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자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현재 진행중’이다. 충남 태안군 태안석탄화력발전 1호기는 이달 문을 닫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2040년까지 탈석탄을 공약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며 국제적으로 석탄발전 종식을 선언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정의로운 탈석탄법)을 공동발의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와 탈석탄계획 수립, 노동자 고용 유지·정의로운 전환과 전환지역 지원계획 마련 등을 명시하고 있는 법안이다. 이 입법 논의에는 20년 넘게 석탄발전소에서 근무한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장도 참여했다. 어쩌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는 석탄화력 노동자들이 석탄발전소를 정부 계획보다 더 빠르게 폐쇄하자는 내용에 찬성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부장은 지난 12일 “저희도 석탄발전소가 기후위기 주범이자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노조의 설득도 있었고 기후 관련 교육, 관련 용역 연구도 진행하면서 석탄발전을 멈추는 것에 점차 많은 노동자가 동의하기 시작했다. 발전소를 멈춘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마련하자는 논의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속도가 붙은 석탄발전 퇴출 논의에서 노동자는 제외됐다는 것이다. 17일 발표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운동 구술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소속회사나 원청사가 아닌 언론 보도, 가족, 지인 등을 통해 발전소 폐쇄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2017년 서천 1·2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1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됐다. 원청인 발전사 직원들은 전원 재배치됐지만 협력사 사정은 달랐다. 이 지부장은 888명의 하청 노동자 중 73명이 해고된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노동자가 동종업계인 에너지 분야에 재취업을 희망하는데, 제대로 된 교육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만 보장된다면 발전소 폐쇄에 찬성한다는 노동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 9월 공공노련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고용이 보장된다면 발전소 폐쇄 정책에 찬성하겠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은 74%에 달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이직이 가능한 집단부터 일터를 떠나고 있다.

이 지부장은 태안에서 나고 자랐다. 1994년 태안화력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경제 위기로 취업이 어려웠던 1998년, 그는 한전 100%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에 취직했다. 그는 “석탄발전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땐 한 번도 안 해봤다. 당시 지역에서 발전소는 굉장히 좋은 일자리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당시 1~4호기까지만 있던 화력 발전기는 이후 10호기까지 늘어났다.

201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내뿜는 석탄발전소 가동이 제한됐다. 이후 기후위기와 탄소배출 문제까지 제기되며 석탄발전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규 석탄발전을 금지한 뒤, 매년 더 적극적인 석탄발전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석탄발전을 대체할 대안은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으로 달리 제시됐지만 석탄발전을 줄이겠다는 목표만큼은 철회되지 않았다.

이 지부장은 현장엔 세 가지 부류의 노동자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평생을 석탄발전소에서 일하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10~15년 가량 근무해 숙련된 30~40대, 그리고 신입사원들이다. 그는 두 번째 부류이자 ‘허리라인’인 30~40대 인력이 대규모로 유출되고, 세 번째 부류인 신입사원은 발전소에서 미래를 찾지 못해 1~2년 근무하다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 현실화에 따른 고용 불안은 안전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숙련공이 줄어들면서 점점 안정적인 설비 운영이 어렵고 발전소는 더욱 위험한 일터가 돼가고 있다고 이 지부장은 말했다. 폐쇄되는 발전소의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유지 예정인 발전소에서 결원을 충원하지 않는 관행 역시 위험을 부추긴다고 이 지부장은 말했다.

이 지부장은 “석탄발전소 폐쇄는 해야 하지만 사람과 지역은 지켜야 한다”며 “노동자는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정의로운 탈석탄법)’을 발의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년간 논의 끝에 정부와 지자체가 비정규직을 포함한 석탄발전 노동자를 고용을 책임지고, 대통령 소속 탈석탄위원회에 노동자가 참여해 발전소 폐쇄에 따른 보상과 고용안정을 논의하도록 한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마련했다. 석탄발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산업을 공공이 주도하도록 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도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이 지부장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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