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1대 국회의원이었던 2021년 전력 공급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각 지역에 소규모 발전 시설을 지어 인근 수요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하는 분산형 공급망을 만들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는 대형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든 뒤 한전 송배전망으로 전국에 보내던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 체계의 틀을 깨는 발상이다. 그런데도 김 장관은 안정적 전력원인 원자력발전은 제외한 채 신재생에너지 등만을 법안의 사업 대상으로 규정했다. 택지개발지구, 대형 건축물의 분산에너지 사용도 의무화했다.
김 장관이 추진한 방안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민간에 강매하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2023년 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원안에 가까운 대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의 요구로 ‘중소형 원전’도 분산에너지원으로 법에 명시됐으나 김 장관이 에너지 정책 사령탑을 맡고 있어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실제로 김 장관이 지난달 5일 주재한 에너지위원회에서 태양광발전이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내세운 경기 의왕, 전남, 부산 강서, 제주의 4곳만 국내 첫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됐다.
이 같은 분산에너지 정책의 유탄은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업계가 맞았다. 여야가 이달 2일 석화 산업 지원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전기료 지원책이 기후부 등의 반대로 특별법에서 빠졌다. 정부는 반대 이유로 전기요금 형평성 등을 내세웠다. 대신 분산에너지특구 사업을 통한 석화 업계 전기료 부담 간접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니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된 전남의 ‘햇빛 연금’ 사업을 밀어주려고 생사기로에 있는 여수 석화단지까지 볼모로 삼은 게 아니냐는 논란을 사는 것이다. 전력 정책의 모법인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용자의 이익 보호’를 주요 목적으로 명시했다. 분산에너지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지원에 기울어 본말전도에 빠진 것은 아닌지 정부와 국회가 되짚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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