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억원 이자 납부 못해 EOD 사유 발생
2018년 6월, 설정 당시 '안정성' 고평가
팬데믹 거치며 수익률 '뚝'... 자산가치 급락
대주단, 내년 2월 EOD 선언 가능... 공매行 될까
매각 가능성 작아... 성사 시에도 손실 불가피
'신뢰' 지적도... "여러 사례에 '투자자 실망' 커"
이지스 "대주단 EOD 선언 전까지 조속 매각 추진"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 복합상업시설 '몰오브케이(Mall of K)'를 투자자산으로 한 펀드에 채무불이행(EOD) 사유가 발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주단 선언 전 자산 매각을 조속히 진행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완벽히 회피할 수 있을지 우려가 쏟아진다.
몰오브케이 자산가치가 급락하며 매각 절차가 연이어 불발된 것은 물론, 투자 기간 이자가 크게 오르며 매각 시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이하 이지스194호)'는 지난 7일 약 15억원의 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EOD 사유가 발생했다.
EOD는 채무자가 대출 계약 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하는 상태를 뜻한다. EOD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대주단은 EOD 선언을 할 수 있고, 선언 시 채무자는 즉시 채무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자산이 공매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2018년 6월,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펀드 유치와 함께 약 208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이지스194호는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 쇼핑몰 건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당 건물은 '건대 CGV'로 잘 알려져 있다. 임대 수익, 처분 시 매각 이익 등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한다.
펀드 설정 당시 임대율은 100%, 주요 임차인은 CJ CGV였다. 당시 양호한 사업, 2018년 1월부터 2033년 1월까지 15년에 걸친 장기 임대 계약 등으로 안정성이 높을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건대 지역 전반의 상권이 침체했고, 몰오브케이 역시 공실 증가, 자산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해당 자산의 매각 가능성이 낮고, 매각이 성사된다고 해도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올해 5월, 몰오브케이에 대한 감정재평가가 시행됐다. 재평가된 가치는 542억원으로, 1년 전 평가액(602억원) 대비 10% 하락했다. 설정 당시 건물 매입가는 596억원 수준이었다. 재평가된 금액대로 매각을 진행한다고 해도 일부 손실을 보는 셈이다.
매각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존대로라면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 만기였던 지난해 6월, 몰오브케이를 매각하고 청산까지 완료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1차 매각공고, 10월 2차 매각공고를 낸 뒤 12월 매각 자문사 선정 후 계약자를 찾았음에도 매각은 성립되지 않았다. 올해 2월, 한 번 더 매각공고를 냈지만 입찰 기한일이었던 당월 15일까지 응찰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신탁계약 기간, 담보대출 기간을 각각 2년씩 연장했다. 기간 연장과 함께 이율은 대폭 올랐다. 변경 전 금리는 3.7% 고정에 그쳤으나 지난해 6월, 만기 연장과 함께 7.5%까지 올랐다.
수익률은 급락했다. 이지스194호의 올해 9월 말 기준 기간별 수익률은 ▲3개월 -5.55% ▲1년 -43.40% ▲3년 -57.09% ▲설정 이후 -42.79% 등으로 집계됐다.
그간 이지스자산운용은 EOD 사유 발생만큼은 회피하기 위해 CGV 등 입주사로부터 할인된 임대료를 수개월 치 미리 받은 뒤 이자를 선납했다.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이자 지급 주기를 기존 '월'에서 '분기'로, 이어 '반기'로 바꿔 가며 버텼다. 그러나 고금리,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연이은 매각 불성립 등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4월, 회사와 대주단의 협의를 통해 대주단의 EOD 선언이 내년 2월 7일까지 유예됐다는 것이다.
만약 대주단이 EOD를 선언하게 되면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자산에 대한 대출 원리금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 이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기존 금리 7.5%에 연 3.0% 수준의 가산금리가 더해진 연체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업계에서는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몰오브케이는 지난해부터 위태롭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자산가치 하락에 따라 원금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는 "건대 자산뿐만 아니라 일부 국내 부동산, 해외 부동산 등 여러 펀드 사례를 봤을 때 우려가 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그간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다른 부동산 펀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대체로 자금 조달 부분의 문제가 컸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펀드 관리 기관으로서, 해당 부분에 대해 믿고 맡겼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업계 전반에 걸쳐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시작된 비대면 소비 증가, 금리 급상승 등으로 영화관, 마트, 백화점 등과 같은 리테일 자산은 대부분 가치 하락을 겪었다"며 "몰오브케이는 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토로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주단 EOD 선언 전까지 최대한 조속히 자산을 매각하는 등,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겪고 있는 여러 불편 사항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대한 대주단의 EOD 선언 가능 시점까지 채무 이행, 투자금 손실 최소화 등을 위해서 해당 자산을 조속히 매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