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그룹을 뒤흔든 ‘미국 현지 직원 구금 사태’의 영향이 여전한 가운데, 구 회장은 17일 오전 9시 38분께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마러라고 회동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구 회장까지 4대 그룹 총수 모두가 미국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앞서 최 회장은 한국에서,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이번 회동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 기업을 모으는 행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간)부터 리조트를 찾아 기업인들과 골프 회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구 회장 역시 대미 투자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그룹에게 이번 방미는 의미가 남다르다. 올 9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협력사 직원들이 비자 문제로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지아 공장에서 발생한 문제로 미국 출장이 전면 중단되는 등 현지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 구금됐던 인력들은 유급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으며, 공장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미 당국이 단기 비자로도 공장 건설 업무가 가능하다고 합의하며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일부 협력사에서는 여전히 미국 출장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남아있고, 언제든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돈다.
사태의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애틀랜타의 이정화 변호사는 구금됐던 근로자 약 30명을 대리해 미국 연방 정부를 상대로 불법 구금에 대한 보상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구 회장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비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재발 방지 약속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는 이번 총수들의 마러라고 회동이 관세 협상 타결 등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