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MLB)에서 장타율 혁명을 이끌어내며 ‘마법의 방망이’로 주목 받은 일명 ‘어뢰 배트(torpedo bat)’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홈런포를 펑펑 때려내며 이른바 ‘어뢰 배트 전도사’ 역할을 하던 선수들의 활약도가 이전만 못 하기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 내야수 재즈 치좀 주니어(27)가 대표적이다. 그는 어뢰 배트를 들고 나와 시즌 초반 5개의 안타 중 3개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잠깐이나마 장타율을 1.167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통산 장타율(0.445)의 2.6배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28일) 장타율은 0.406(이하 28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타율 또한 0.178에 그쳐 커리어 평균(0.245)을 깎아 먹는 중이다.
지난 1일 어뢰 배트를 쓴 첫 경기에서 홈런 2개, 2루타 1개 포함 5타수 4안타를 때려내 주목 받은 신시내티 레즈 내야수 엘리 델라크루스(23)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때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가 1.346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0.771까지 내려가 커리어 평균(0.772)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듯 어뢰 배트를 앞세워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던 타자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이전에 비해 쉽게 방망이를 낸다는 의미다. 장타율 뿐만 아니라 타율이 함께 떨어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투수들이 ‘맞춤형 투구’로 대응한다는 점 또한 타자들의 딜레마다. 손잡이 반대쪽 끝 부분이 가장 무겁고 두꺼운 일반 배트와 달리 어뢰 배트는 타자들의 베팅 성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윗 스폿(배트에서 주로 공을 맞히는 부위)을 손잡이 쪽으로 6인치(15㎝) 정도 옮겨 놓았다.
때문에 배트의 바깥쪽 부위로 타격하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덜 실린다. 이를 간파한 투수들은 어뢰 배트를 쓰는 타자들을 상대할 때 의도적으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의 비율을 높여 배트 끝 부분 타격을 유도한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어뢰 배트 개발자인 애런 린하트 마이애미 말린스 필드 코디네이터는 “내가 고안한 배트가 타자의 단점까지 메워주진 못 한다”면서 “결국 마법을 부리는 건 방망이가 아니라 선수 자신”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