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으며 덕담 나누지만 귀성전쟁은 없는 北 설풍경

2025-01-27

북한에서도 음력 정월 초하루(1월1일)인 설날은 대표적인 민족명절이다. 올해 북한 달력은 설날 당일인 1월 29일을 휴일로 표기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과 달리 설·추석뿐만 아니라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과 단오(음력 5월 5일)도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북한에서 민속명절은 196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유일사상체계' 확립에 따라 봉건 잔재나 낡은 유물로 배척받으면서 사라졌다. 이후 당국이 1972년 추석을 맞아 성묘를 허용하면서 부분적으로 부활했다. 여기에는 조총련을 비롯한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향 방문 사업이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북한은 1988년 '추석' 명절을 허용한 데 이어 1989년에 '음력설', '한식', '단오' 등의 민속명절을 부활시켰다. 이후 북한은 수백만 명의 아사로 이어진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민속명절을 내부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체제 결속을 이끄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살 나이를 먹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떡국을 먹고 조상들과 가까운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양력설에 차례와 세배를 드리지만. 집에 따라 음력설에 차례와 세배를 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음력설에 문자로 새해 축하 인사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도 한국과 비슷한 풍경이다.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명절준비를 도맡아 하는 여성들의 스트레스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2018년에 탈북한 여성 김 모 씨는 "북한에서 대부분 여성이 명절준비를 한다"며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치르다 보니 고부갈등이 생기거나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선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설음식으로 떡국을 먹는 풍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형편의 어려운 경우에는 밥에 육수를 부어 먹는 '온반(溫飯)'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차려 먹는 경우도 많다는 게 탈북민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명절을 맞아 연날리기·팽이치기·널뛰기·제기차기 같은 전통놀이를 즐긴다. TV에서 중계하는 소싸움·씨름 같은 민속경기를 시청하기도 한다. 특히 명절을 계기로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제작한 영화를 더빙해 방영하는 특선외화의 경우에는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거주·이동의 자유가 없는 탓에 귀성문화가 없는 건 한국과 큰 차이점이다. 한국 정착 초기 명절 분위기와 관련해 탈북민 김 모 씨는 "주변 사람들의 선물을 챙기거나 고향을 찾는 모습은 북한과 달라 어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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