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선 떡국에 00을 넣는다고? 개성 만점 팔도 떡국

2025-01-28

쌀이 귀하던 시절 떡국은 명절 또는 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기다랗게 뽑은 가래떡은 장수를,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썬 흰떡은 재물을 뜻했으니 새해 먹는 떡국 한 그릇에는 한 해 동안 무병(無病)과 풍족함을 비는 마음이 담긴 셈이다. 복을 바라는 의미는 같지만 지역별로 떡국을 먹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매년 같은 떡국을 먹었다면 올해는 색다르게 다른 지역의 떡국을 맛보면 어떨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지머리 육수에 소고기와 달걀 고명을 올린 떡국은 서울식 떡국이다. 소고기를 볶아 육수를 낸 다음 떡과 함께 끓여낸 후 조선간장,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파와 김 가루를 뿌려 먹는다. 맛을 좀 안다는 양반집에서는 떡국에 오색 고명을 꾸밈으로 올렸다. 황색과 흰색은 달걀 지단으로, 흑색은 김 가루나 간장에 볶은 쇠고기로, 청색은 파래김이나 대파로, 적색은 붉은 고추 채를 썼다. 집집마다 비슷한 색의 재료를 다르게 쓰기도 했다.

기본 베이스는 서울식과 비슷하지만 조랭이떡을 쓰는 건 개성식(사진)이다. 누에고치 모양을 닮은 조랭이떡에는 여러 유래가 전해진다. 귀신을 쫓는 액막이의 의미로 조롱박 모양의 떡을 빚었다는 설, 한 해의 모든 일이 누에고치의 실처럼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이 있다.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자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는 이성계에게 복수한다며 그의 목을 조르는 모양으로 만든 조랭이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었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강원도에서는 만두를 많이 먹는 북부지방의 영향을 받아 떡국에 만두를 넣어 먹는다. 만두는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설날 떡국 대신 만둣국을 끓여 먹는 곳이 많다. 강릉에서는 떡국에 두부를 넣거나 황태살을 고명으로 얹기도 한다.

충청도식 떡국은 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익반죽해 만든 생떡으로 끓인다. 이렇게 만든 생떡은 가래떡보다 쫄깃하고 목구멍으로 후루룩 넘어갈 정도로 식감이 부드럽다. 미역을 들기름에 볶아 넣거나 특산물인 다슬기를 된장, 아욱과 함께 넣고 생떡국을 끓이기도 한다.

맛의 고장 전라도에선 떡국에 꿩고기를 넣어 먹었다. 꿩고기와 뼈로 우려낸 육수에 떡을 넣어 끓인 다음 결대로 찢어 간한 꿩고기와 달걀 지단, 파, 김 등을 고명으로 얹어 낸다. 꿩고기를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자 꿩을 대신해 닭을 넣어 ‘닭장떡국’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은 여기서 온 것이다. 닭장은 끓는 물에 토막 낸 닭과 다진 마늘, 다진 생강, 파, 맛술, 조선간장을 자작하게 넣고 30분 정도 끓여서 만든다. 닭장이 완성되면 물을 넣고 끓이다 불린 떡과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 낸다. 싱거우면 닭장 국물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마지막으로 달걀 지단, 실고추, 김 등을 고명으로 올리면 완성이다.

바다가 가까운 경남지역에서는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에 해산물을 넣어 떡국을 끓여 먹는다. 경남 거제·통영 등 해안지역에서 즐겨 먹는 굴떡국과 물메기떡국이 대표적이다. 떡국에 구운 떡을 넣어 먹는 ‘굽은(구은)떡국’도 경상도 지역의 별미다.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어 익반죽한 떡을 기름을 두른 팬에 넓적하게 구운 뒤 한입 크기로 잘라 멸치장국에 넣는다. 너무 오래 끓이면 떡이 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끓는 육수에 구운 떡을 넣자마자 불을 끄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춘 후 볶은 쇠고기와 지단, 김을 얹어 먹으면 쫄깃하고 꼬들한 구운 떡이 나이 한 살과 함께 꿀꺽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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