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장비도 90% 중국산" 대책 부재 속, 엎친데 덮친 중기

2025-10-15

희토류 생태계를 장악한 중국이 중(重)희토류 7종에 이어 희토류 생산 설비까지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희토류 가공 장비의 90%는 중국산이라, 국내 관련 기업들은 대체재를 찾지 못할 경우 공장을 멈춰야 할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가 9일 발표한 ‘일부 희토류 장비 및 원부자재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결정’에는 희토류 생산·가공에 사용되는 각종 장비도 포함됐다. 11월 8일부터 중국 기업은 ▶희토류 원심 추출 장비 ▶불순물 제거·침전 장비 ▶전기분해·용해·소결용 기기 등은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수입산 희토류는 먼저 수출국(주로 중국)에서 1차 정련·가공 과정을 거치지만, 국내 업체가 수입 희토류를 영구자석으로 가공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①1700도 이상의 고온 진공 용해로에서 희토류를 용융·혼합 ②스트립캐스팅(첨단냉각기술) 공법으로 막대 형태로 고체화 ③수소분쇄기로 2~3마이크로미터(㎛)의 미세입자로 전환 ④자장을 입힌 프레스 기기로 성형채 형성 ⑤1000도 이상의 소결로에서 단단한 자석으로 제조하는 과정이다.

각 단계에 필요한 장비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중희토류의 69%를 생산하는 중국은 관련 장비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산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면 공장을 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의 수출 통제는 전면적인 수출 금지는 아니다. 하지만 장비의 쓰임을 당국이 건건이 심사하겠다는 것이라 통관 과정이 길어지거나 수입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급한 건 소모품 성격의 설비다. 예컨대 전기차 구동모터 등의 필수 부품인 영구자석에는 경(輕)희토류 네오디뮴(Nd) 20~30%와 중희토류 디스프로슘(Dy) 10%, 철 60~70%가 들어가는데 이를 합쳐 녹이는 데 필요한 용해로 내열 용기의 경우 5~6번 쓰고 나면 교체해야 한다. 불순물이 내벽에 달라붙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임원은 “용해로 내열 용기는 100%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제때 수입하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일본도 용해로 내열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원활히 적정가에 공급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12월 1일부터 적용되는 중국 상무부의 희토류 역외 수출제한 규정도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중국은 중희토류 7종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만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지만 이번에는 중국산 희토류로 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도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된 영구자석 등 완제품이 제3국으로 수출될 경우, 그 용도를 보겠다는 것이다.

만약 군사용 수출이라면 희토류 수출이 원천 금지되며, 민간용일 경우에는 건별로 심사받아야 한다. 김태훈 한국재료연구원 박사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관련 장비에 쓰이는 희토류 제품까지 중국이 통제 범위에 넣겠다는 의미”라며 “핵심 첨단산업 전반에 걸쳐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기업의 희토류 수입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이전까지 일주일이던 수입 희토류 통관 기간은 1차 규제 이후 2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2차 규제가 시작되는 12월 1일부터는 사실상 무기한으로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 상무부는 서류 한장이 빠졌다고 수출 심사를 두 달 이상 지연한 적도 있다”며 “심사를 통과해도 월간 필요량의 2~3% 수준의 극소량만 허락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대응 마련에 분주하지만 뚜렷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15일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주재로 희토류 공급망 관련 경제안보 현안 점검 회의를 연 뒤 “국내 희토류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공급망 안정화 계획을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정신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미국·일본이 희토류 생산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공급망을 재건하는 것처럼 한국도 개별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공급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며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 지원 등 장기적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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