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온보딩부터 로열티 확보까지"…'그룹 공채' 대기업들의 속사정

2025-03-19

‘공채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기업 그룹 차원의 정기 공개채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뽑는 수시채용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상시적으로 수요에 맞춰 인력을 수급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룹 공채를 고집하는 대기업들도 남아있다. 삼성·포스코·HD현대·신세계·CJ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그룹 공채 제도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2회씩 정기 공채 문을 연다. 참여 계열사는 매번 달라지지만, 올 상반기의 경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 16개사가 동참했다. 20개사가 넘게 참여할 때도 있다.

HD현대그룹과 CJ그룹도 매년 상·하반기에 그룹 정기 공채를 실시한다. 올 상반기 HD현대그룹에선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HD현대마린솔루션 등 8개사가, CJ그룹에선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CJ올리브영·CJ올리브네트웍스 등 6개사가 참여했다. 이외에 포스코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올 하반기에 정기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강조한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 철학에 따라 1957년부터 70년 가까이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유지한다’는 이유도 있다. 채용이 일종의 ‘사회적 채무’라는 관점이다. 다른 그룹사들도 “체계적인 온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포스코), “채용과 연계한 신입사원 교육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HD현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우수인재 육성에 기여하기 위해”(신세계) 등의 이유를 밝혔다.

‘그룹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이명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인크루트가 매년 실시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에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른다”며 “수시채용은 취준생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공채를 꾸준히 진행하는 기업들은 채용 시장에서 브랜드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 입장에서 직원들의 ‘로열티(충성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로 인력 관리 측면에서 수시채용 입사자가 공개채용 입사자와 비교해 소속감이나 애사심, 조직 내 융화가 부족하다는 기업들의 의견이 있다”며 “기회가 되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현대차·LG·롯데 등 그룹 차원 공채를 하지 않는 그룹사들도 나름의 이유는 분명하다. 매년 고정된 시점에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하더라도, 막상 배치할 시점에 경영 환경이 급변했다면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그룹사 관계자는 “구직자 입장에서도 정기 공채만 열린다면 한 번에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6개월을 기다리거나 졸업을 유예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수시채용이 확대되면서 각 직무에 대한 세부 정보 제공이 가능해 구직자가 더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의 장점을 섞은 ‘예측 가능한 수시채용’을 확대하는 그룹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그룹 정기 공채를 폐지했지만, 구직자가 모집 시점을 예측할 수 있도록 매 분기(3·6·9·12월)마다 주요 계열사 공고를 모아서 제공한다. 2021년 공채를 폐지한 롯데그룹 역시 분기별로 수시채용 공고를 올린다. 롯데 관계자는 “수시 채용이라도 졸업예정자들의 학사 일정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구직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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