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진료를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 6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중독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6만 2818명이다. 2022년보다 7.5% 늘었다. 2022년까지 줄어오다 지난해 꽤 증가했다. 여성 증가율이 14%로 남성(5.5%)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전체 환자 중 남성이 4만 6994명으로 75%를 차지한다. 남성 환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가 1만 2413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60대가 1만 748명, 40대 9856명이다. 30대, 70대, 20대 순이다.
병원 가는 횟수는 60대가 훨씬 많다. 지난해 60대 남성 환자 한 명이 41.7일 입원 진료나 외래 진료를 받았다. 50대 남성의 1.65배에 달한다. 많이 진료받으니까 진료비도 많이 쓴다. 60대 남성 환자 한 명이 지난해 한 해 동안 407만원(환자 본인부담금 포함)을 썼다. 50대의 1.63배이다.
모든 연령대 중에서 60대 남성의 알코올 중독증 병세가 가장 깊고, 위험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독 전문가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은 20대에 가장 많이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인원은 줄어든다. 그런데 알코올 중독증 환자는 계속 쌓여서 늘어난다. 본인이 알코올 중독증이라는 사실을 잘 모를뿐더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중독이 이어지다 주로 50, 60대에 치료를 시작한다. 신체에 탈이 나거나 사고가 나면서 치료를 시작한다. 이 교수는 "50대 알코올 중독 환자는 일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하면 문제가 커진다. 퇴직 후에는 활동이 줄게 돼 음주로 더 쏠려 알코올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60대에 의료 이용 일수가 늘고 치료비가 증가하게 된다.
알코올 중독증이 50, 60대로 떠밀리는 이유는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정책이 정부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기 때문이다. 주류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한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23)에 따르면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40대가 29.7%로 가장 높다. 50대(26%), 60대(18.5%), 20대(15.4%), 30대(15.3%) 순이다. 50, 60대 중년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20, 30대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위험 음주율은 최근 1년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여성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마시는 비율을 말한다.
이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의 전형적인 문제점이 편집성 충동성"이라며 "자가 진단을 해서 알코올 사용 장애 추정군으로 나오면 전문가의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성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고집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아니하는 성질을 뜻한다.
전문가 네트워크인 중독포럼의 홈페이지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 자가진단(AUDIT)'을 활용하면 좋다. 음주 횟수, 양, 음주 후 기억이 끊긴 횟수 등 10개 문항을 따지고 점수를 더하면 위험 정도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