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무조건 제일 좋은 걸 사세요. 돈 아까워서 더 열심히 뜁니다.”
“초보는 ‘안정화’ 사세요. ‘카본화’ 함부로 신었다가 발목, 무릎 다 망가집니다.”
두 개 다 유튜브에서 본 전직 육상선수의 말입니다. 전문가 해설도 이렇게 다릅니다. 뭘 믿어야 할까요? 인터넷에는 러닝화에 관한 온갖 ‘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꼭 맞는 조언은 찾기 힘듭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보십시오. 한 번 신고 내놓은 러닝화가 창고 대방출 제품처럼 수두룩합니다. 잘못 고른 신발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러닝처럼 돈 안 드는 운동이 없다고 합니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되겠다 싶거든요. 하지만 운동화도 운동화 나름입니다. 거리가 늘고 기록이 단축될수록 생각이 바뀝니다. 지금보다 쿠션감이 있으면 좋겠고, 조금 더 가벼우면 좋겠고, 다른 러너의 멋진 신발도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러닝화가 있나 두어 번 검색을 돌려봤더니 눈치 빠른 SNS가 연신 러닝화 광고만 띄웁니다. 그러다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 나도 나이키 알파플라이 3를 사야겠어. 33만9000원? 골프채랑 비교하면 비싼 것도 아니잖아.
나이키 알파플라이 3는 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 한 케냐 영웅 킵초게가 신은 러닝화입니다. 전 세계 러너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명품이지요. 러닝은 정말 저렴한 운동일까요? 오늘은 러닝화의 모든 걸 알려드립니다. 5년 차 러너 아재의 솔직한 경험담과 전문가 조언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나에게 맞는 신발을 찾는 건 건강한 러닝의 첫걸음입니다.
오랜 방황 끝에 찾은 ‘내 신발’
5년 전 조깅을 시작했을 때는 오래전에 사둔 러닝화를 신었습니다. 10년쯤 전 아디다스 러닝화를 샀다가 방치했었는데 다시 꺼냈습니다. 그 러닝화는 다시 신은 지 얼마 안 돼 밑창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즈음 인터넷에서 “건강한 달리기를 하려면 맨발에 가까운 신발을 신으라”는 글을 봤습니다. 이 말에 혹해 ‘아쿠아트레킹화’를 신고 달렸습니다. 원래는 계곡물을 걷는 용도인데, 중창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미니멀 슈즈’였습니다. 지면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달리는 기분이 남다르더군요. 한데 7㎞가 넘어가니 종아리가 심하게 저렸습니다. 『달리기, 조깅부터 마라톤까지』를 읽고 이 신발도 정리했습니다. “많은 주자가 미니멀 슈즈를 신고 달릴 능력이 없기에 일반 러닝화보다 더 많은 부상을 입는다.”

비로소 러닝화를 사야겠다 싶었습니다. 첫 러닝화로 제격이라는 아식스 젤 컨텐드 7을 약 5만원에 샀습니다. 이 신발로 하프 마라톤도 뛰었습니다. 이제 와 고백하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쿠션이 자동차 타이어처럼 딱딱했습니다. 나중에 외국 러닝화 사이트를 보니 ‘5㎞ 미만, 동네 마실용’으로 분류한 신발이더군요.
시행착오는 계속됐습니다. ‘안정성 최고’라는 말만 듣고 지른 아식스 젤 카야노 29는 딱 한 번 신은 뒤 당근마켓에 내놨습니다. 젤 카야노는 착지할 때 발목이 안으로 심하게 꺾이는 ‘과회내(過回內)’ 러너를 위한 안정화입니다. 발 안쪽을 지지해주는 아치(Arch) 부분이 저는 영 거슬렸습니다. 제 분수에 넘쳐 방출한 제품도 있었습니다. 써코니 엔돌핀 스피드 2는 너무 통통 튕겨주더군요. 몇 번의 대가를 치른 뒤에야 뻔한 이치를 깨우쳤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러닝화가 나에게도 좋은 건 아니다!
지금은 용도가 다른 러닝화 세 족을 돌려 신고 있습니다. 조깅용 아식스 노바블라스트 5, 조금 빠른 속도 훈련용 푸마 디비에이트 나이트로 3, 대회용 써코니 엔돌핀 프로 4. 모두 국내외 후기를 꼼꼼히 살펴서 샀고, 저에게 잘 맞아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