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역할한 홍콩과기대처럼…韓도 서울대 맞설 선수 키울 때"

2025-11-24

홍콩대·홍콩과기대·홍콩중문대 등 이른바 ‘홍콩 3대 대학’은 글로벌 교육 조사 기관 QS가 올해 실시한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 모두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대는 베이징대·칭화대·싱가포르국립대 등을 제치고 아시아 대학 순위 1위에 올랐으며 홍콩과기대는 6위, 홍콩중문대는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은 관련 순위에서 연세대가 가장 높은 11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으며 고려대(12위), 성균관대(16위), 서울대(17위) 등 국내 주요 대학이 ‘톱 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홍콩 대학과의 격차를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김현철(사진) 연세대 의대 겸 홍콩과기대 경제·정책학과 교수는 홍콩과기대의 이른바 ‘메기’ 역할이 홍콩 주요 대학교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과기대의 등장 이후 100년 역사를 보유한 홍콩대가 위기의식을 느끼며 대규모 자체 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갈등으로 미국행이 어려워진 중국 학생 1000여 명을 대거 유치해 이들이 내는 등록금을 바탕으로 해외 석학을 대거 끌어들이는 등 이른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아시아 톱’ 대학으로 거듭났다”고 분석했다.

홍콩과기대는 비교적 늦은 1991년 세워졌지만 최일류 대학을 표방하며 우수 교수 영입 및 막대한 재정 투자를 단행했다. 홍콩과기대는 이 같은 투자를 기반으로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가 실시한 2013년 아시아 대학 랭킹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주요 대학으로 우뚝 섰다. 영국 더타임스가 선정한 ‘2025년 가장 국제화가 잘된 대학’에서 글로벌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1극 체제가 고착화한 현 상황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들이 혁신을 추구할 유인 동기가 떨어진다”며 “홍콩처럼 주요 대학 몇 개가 경쟁하는 구도가 안착돼야 대학의 혁신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대의 과감한 혁신을 만들어 내려면 서울대 교수 상당수가 연고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이직하는 등의 충격적 사례가 있어야 한다”며 “결국 혁신을 위해서는 경쟁 체제 성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대학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원 대상의 호봉제가 아닌 성과연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유명 대학 한국인 교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외국 대학 대비 3분의 1 수준의 연봉과 높은 서울 집값 등으로 한국으로의 ‘U턴’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호봉제를 없애고 연구비 확대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해 전도유망한 교수들을 국내로 끌어들여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홍콩과기대는 연구 성과 등에 따라 매년 연봉을 1.5~10% 범위에서 차등 인상해 ‘일 잘하는’ 교수들이 그만큼의 보상을 받아가는 구조”라며 “임용 시기가 비슷한 교수 연봉이 10년 정도 뒤에는 2배 가까이 벌어질 수 있으며 부교수가 정교수의 연봉을 뛰어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 또한 높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년 연속 연봉 인상률 10%를 기록했으며 2년간 연봉액 총인상분만 55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17년간 이어진 대학 등록금 동결이 결국 국내 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등록금 2배 인상 등 파격적 조치가 없으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 제고가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등록금을 급격히 인상할 경우 저소득층 학비 부담 등의 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코넬대처럼 학생 3분의 1은 등록금 100%를, 학생 3분의 1은 등록금 50%를, 나머지는 등록금을 거의 내지 않고 다니게끔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면 대학 스스로 해법을 찾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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