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1세대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상장사는 '0' 곳으로 나타났다. 산업 진흥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 및 수익 모델 창출 등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오디세이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재추진 중이다. 2023년 2월 기업공개(IPO)를 위해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상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블로코 역시 2022년 말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모의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씨피랩스(구 코인플러그)는 2021년 7월부터 IPO를 준비했지만 3년간 깜깜무소식이다.
초기 시장을 주도하던 1세대 기업들이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으로 높은 규제 환경이 지목된다. 블록체인 산업을 규율하는 기본법이 부재한 가운데 법인 가상자산 투자, 플레이투언(P2E) 등이 막혀 수익 모델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기술특례 상장 기준도 더욱 엄격해지면서 상장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FADU)가 상장 직후 주가 급락과 함께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휘말렸다.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수익성이 낮은 혁신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신뢰도를 상실하면서 관련 기업들 상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산업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업 상장은 해당 산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되는 중요한 계기”라면서 “규제 완화와 투자 환경 개선이 병행된다면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첫 상장사가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내년 국내 블록체인 기업 해외 진출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 블록체인 주요 정책 목표인 코스닥 상장사 배출을 위해 매출 안정화 및 다각화를 돕는다는 포석이다.
박상환 KISA 신기술안전 단장은 “2018년 실증사업을 통해 마련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유럽 시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외 전시 부스 운영 및 투자자들 주선 등을 집중해 지원할 것”이라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