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부터 올해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4개월간은 대한민국 민중혁명사에 종지부를 찍은 기간이다. 동학농민혁명, 여순 사건 및 제주4·3항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서 미완된 혁명을 완결 지은 역사인 것이다. 더욱이 민중의 계약에 의해 쥐여준 권력을 사유화한 이상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무상한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형체 없는 마음을 사용하는 것처럼 권력도 민중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때 효용성이 있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은 쉽게 반환되지 않는다. 민중은 12·3 내란을 단죄하기 위해 카니발 같은 축제를 선택했다. 해학과 웃음으로 연대의 끈을 묶었다.
광장에는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전국 고양이집사 노동조합’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손팻말에는 ‘7세 때 나온 집회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는 글과 SNS에는 ‘난, 사랑 위해 계엄까지 해봤다’는 글이 대중을 웃음 짓게 했다. 유튜브의 ‘취했나 봄’ 시리즈는 인기 폭발했다. 웹툰에는 무속인 모습으로 왼쪽에는 김건희, 오른쪽에는 노상원을 배치한 육군사관학교 생도 모집 포스터가 등장했다. 합격자 발표는 롯데리아 용산점, ‘오늘의 그대 미래의 계엄사령관’이라는 표어가 새겨져 있었다. 광장의 발언대는 비장함과 단호함이 지배했지만 익살과 해학으로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곤 했다. K팝과 더불어 빛을 발하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대중은 열광했다.
웃음은 폭력의 공포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자아마저 분해하여 우주적 춤에 합일하는 카타르시스다. 봉산탈춤은 해학의 절정이다. 양반과 상놈의 신분을 평등하게 하며 근엄과 위선의 허상을 폭로한다. 전통을 이은 마당극은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었다. 이번에도 백성들은 마당극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문학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은 “웃음은 심오한 세계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웃음은 총체적인 세계, 역사, 인간에 대한 진리의 본질적인 형식의 하나이다”(<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라고 한다. 웃음은 인간 존엄과 주체성을 잘 드러낸다.
웃음은 전염되고 타자를 포용한다. 집단을 하나로 만들어 일체감을 불어넣는다. 웃음이 광장을 뒤흔드는 순간 대립과 갈등은 해체되어 사라진다. 웃음이 악을 이기는 길도 마찬가지다. 중일전쟁 중이던 1938년 유격대원 청번화는 포로로 잡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처형당했지만, 마지막 사진에서 미소를 남김으로써 불굴의 저항정신을 보여주었다. 그의 고향 안후이성 허현에는 죽음 직전 당당하게 미소 짓던 모습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를 죽인 자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는 마침내 부활하여 역사의 승리자가 되었다.
권력자들은 순수한 웃음이 없다. 권력의 정점에 이르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웃음 근육은 사라지고 비정한 눈매와 비웃음만 남은 얼굴을 지닌 정치인들이 위세 부리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정치학자들은 한국이 극한의 적대 의식만 있고 다양한 노선의 정당들마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정치적 훈련이 되지 않아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없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더욱 치명적인 현실은 정치가들이 유머와 웃음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를 초월, 허공처럼 극과 극을 포용하는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정치가들이 참된 권좌에 오르기 위해서는 노자 <도덕경>에서 강과 바다가 계곡들의 왕이 되는 까닭을 낮춤의 덕이라고 한 것처럼 백성들 삶의 터전으로 가야 한다. 권력은 결코 쟁취될 수 없으며 민중의 환호와 웃음이 작약하는 곳에서 탄생한다. 그 한판의 민중과 호흡을 나눌 때 비로소 통합과 일치를 구현할 수 있다. 세계가 놀란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의 원천은 오늘날의 한류처럼 인류를 울리고 웃게 하는 춤과 노래와 입담에 있지 않을까. 김구 선생이 문화강국을 염원했던 뜻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정치가들이 더욱 겸손해야 하는 이유는 민중의 피와 눈물과 웃음이 만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또한 민중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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