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하물며 원래 내 땅이 사촌 땅으로 둔갑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시초와 내력이 여전히 미궁 속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벨기에 감자튀김’ 이야기다.
추워지는 요즘 유난히 더 당기는 고소한 프렌치프라이. ‘프렌치(프랑스의)’라는 이름부터 벨기에 사람들은 억울하리라.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17세기 말 벨기에 남부의 뫼즈(Meuse)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평소 강에서 잡은 작은 생선을 튀겨 먹었는데, 겨울에 강이 얼어 생선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대신 감자를 생선 모양으로 잘라 튀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일화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아는 패스트푸드점의 감자튀김보다 벨기에식 감자튀김(friet)이 훨씬 두껍고 묵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에서 언급되는 프랑스 측 입장은 다르다. 자국 요리사들이 18세기 파리에서 감자튀김을 대중화시켰으니, 감자튀김 종주국은 당연히 프랑스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여기에 제3의 국가 미국이 등장한다. ‘프렌치프라이’라는 명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이곳 감자튀김 맛에 반해 귀국 후 고향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프랑스식(French) 튀김(fries)’이라는 이름이 틀린 건 아닐지라도 진짜 프랑스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프랑스어권 국가 사람들에게서 출발한 건지 애초에 명확한 족보를 명시해줬다면 참 좋았으련만. 물론 미국인들이 굳이 ‘프랑스식’이라 출처를 남겨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제3자의 눈에도 어딘가 첫 단추부터 꼬여버린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훗날 이 음식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잘나갈 줄 알았을까. 벨기에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코 푼 격의 프랑스가 얄밉고, 프랑스로서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을 그 원조 타령을 여전히 이어가는 벨기에인들이 그저 답답할 테다.
감자튀김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의 ‘할머니 보쌈’ 원조 찾기만큼 뜨겁지만, 뚜렷한 결론 없이 평범한 식탁 위에서 계속될 뿐이다.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무례하게 끼어들어 달려가는 차를 보고 “주문한 감자튀김 나왔나 보네?” 하고 중얼대던 남편의 코멘트에 피식 웃은 적이 있다. 무던한 일상조차 감자튀김으로 연결하는 그들의 무조건적 사랑을 마주할 때면, 괜스레 마음 한쪽이 아릿해질 뿐. 튀기는 기름의 종류와 온도, 감자의 품종과 두께, 곁들이는 소스, 먹는 그릇과 빈도까지… 도대체 이 감자튀김이 뭐라고, 나이와 성별을 넘나드는 일상 속 ‘감튀’ 토론은, 갓 튀긴 감자가 식을까봐(?) 과속하는 그 차와 달리 끝끝내 식을 줄을 모른다.
포장마차 앞을 스칠 때 차가운 바람 속 튀김 냄새에 발길이 멈추던 기억처럼, 늦가을 어스름한 벨기에 골목길에서 풍겨오는 감자튀김 냄새의 유혹도 피할 재간이 없다. 맛집 탐방에 열을 올리는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던 내 벨기에 친구들이 감자튀김 하나에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이렇게 기도하듯 조용히 속삭여주고 싶다.
“그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감튀의 원조는 너희 벨기에인들이니라.”
■최윤정

‘부르주아’라는 성을 물려준 셰프 출신 시어머니의 자취를 좇으며 현재 벨기에에서 여행과 요리를 엮어내는 팝업 레스토랑 ‘tour-tour’를 기획·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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