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홈쇼핑 업계가 “방송매출의 70% 이상이 송출수수료로 빠져나간다”며 과도한 부담을 주장하는 가운데, 유료방송업계가 이에 대해 매출 기준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모바일·인터넷 구매를 포함시켜 방송 관련 매출을 반영하면, 실제 송출수수료 비중은 절반 이하인 37.9%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업계, 모바일 구매 포함 시 실제 수수료 비중 37.9%
1일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정윤재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TV홈쇼핑 시청자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23년 12월)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 콘텐츠가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매출 범위를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사 결과 홈쇼핑 방송을 시청한 뒤 상품을 구매한 응답자의 69%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인터넷 사이트, 카카오톡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했다. 방송 후 전화나 ARS 결제는 31%에 그쳤다. 또 TV홈쇼핑 7개 채널의 1341개 방송 꼭지를 분석한 결과, 모든 방송에서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는 장면이 최소 1회 이상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이에 따라 홈쇼핑의 기타사업매출 중 70%는 방송 기반 모바일 구매 매출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비중을 반영하면 2023년 기준 방송 관련 매출은 기존 방송매출(2조 7289억원)에 더해 약 2조 3860억원의 모바일 기반 매출(기타사업매출액의 70%)을 포함한 총 5조 1115억원으로 재산정됐다. 동일 기준에서 해당 연도 송출수수료 1조 9375억원을 적용하면 실제 수수료 비중은 37.9%인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업계가 제시한 71.0%와는 3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송출수수료 산정 신뢰성 위해 기준 정립 선행돼야”
홈쇼핑 콘텐츠의 유통 구조가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됐음에도 송출수수료 산정이 여전히 전화 기반 매출만을 방송매출로 간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실제보다 수수료 부담이 부풀려지며 홈쇼핑-유료방송 간 갈등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모바일 매출 상당 부분이 방송 시청에서 유입됐음에도 관련 매출이 수수료 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모바일·인터넷 매출 중 어디까지를 유료방송과 연계된 방송매출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사업자 자체 데이터를 근거로 수수료를 정하는 방식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출수수료 산정의 합리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홈쇼핑사의 매출 데이터 공개와 기준 정립이 선행돼야 하며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가이드라인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는 방송 콘텐츠의 실질적 기여도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