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8일 백악관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고 축하를 받았다. 미국 프로스포츠 우승팀은 이듬해 대통령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하는 게 오랜 관례다.
다저스 선수단 중 몇몇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불편했다. 당장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악연이 있다. 다저스가 보스턴에 패한 2018년 월드시리즈 중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츠 감독의 작전을 공개 비판했다. 이에 로버츠 감독도 우승을 한다고 해도 백악관에 방문하지 않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2018년 월드시리즈 당시 보스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외야수 무키 베츠는 아예 이듬해 백악관 초청을 거부했다. 베츠 뿐 아니라 알렉스 코라 당시 보스턴 감독을 비롯해 많은 흑인·히스패닉 선수들이 백악관을 찾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이민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베츠는 다저스 이적 이후인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다음에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앞서의 보이콧이 트럼프 때문이었다는 게 새삼 드러난 셈이다. 로버츠 감독이나 베츠 외에 유틸리티 플레이어 키케 에르난데스도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푸에르토리코 지진 때 재난 지원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날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날 다저스는 부상으로 치료 중인 프레디 프리먼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가 백악관 초청에 응했다. 취임 초 기세 등등한 현직 대통령의 초청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족과 상의 후 결정하겠다“며 마지막까지 말을 아꼈던 베츠도 다른 선수들과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고 로버츠 감독을 칭찬했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두고는 “영화배우 같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은 행사 후 “정말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클레이튼 커쇼가 선수단을 대표해 대통령 집무실에서 연설했다. 원래는 프리먼이 연설할 계획이었지만, 부상으로 행사에 빠지면서 커쇼가 급하게 대타로 나섰따. 커쇼는 “백악관 방문은 누가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백악관 초청에 응해야 하는지 논란은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집무실을 방문하는 건 놓쳐서는 안 될 경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