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작년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4에서 시연했던 애플 인텔리전스 주요 기능이 거짓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 인포메이션은 10일(현지시각) “애플이 직원조차 본 적 없는 기능을 시연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으로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 시리(AI 시리) 기능을 여럿 시연했다. 대표적으로 ▲사용자 이메일을 바탕으로 실시간 항공편 정보를 확인하는 기능 ▲메시지 내용을 기반으로 점심 식사 일정을 알려주는 기능 ▲지도에 경로를 표시하는 기능이 있었다.
더 인포메이션은 “시리 개발 팀원은 해당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본 적조차 없었다며 놀라워했다”며 “시연한 기능 중 실제로 기기에서 동작할 수 있는 건 화면 가장자리 효과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애플은 예정대로 출시할 수 있는 기능만 공식 석상에서 시연했다. 그러나 WWDC 2024에서 시연했던 AI 시리는 언제 써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달 애플 관계자가 “(AI 시리는)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AI 시리 개발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더 인포메이션은 “내부에 혼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매체는 애플 AI·머신러닝 그룹에서 일했던 전 직원 6명의 제보를 인용해 “부실한 리더십과 느긋한 기업 문화, 빈약한 개발 의지와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개발 난항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초기 계획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기에서 실행하는 소형언어모델(SLM) ‘미니 마우스’, 클라우드에서 실행하는 대형언어모델(LLM) ‘마이티 마우스’ 등 두 종류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리 팀이 대형언어모델만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핵심 기술과 계획도 수차례 변경했다며, 의욕을 상실한 일부 개발자는 애플을 떠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애플 고위 임원이 긴박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챗GPT 등장 당시 AI 부문을 총괄했던 존 지아난드레아는 직원들에게 “챗GPT 같은 챗봇은 사용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시리 디렉터 로비 워커가 시리 응답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작은 일에만 집중했다며, 시리 활성화 명령어를 “헤이 시리”에서 “시리”로 줄이는 데만 2년 이상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애플은 지난달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마이크 록웰 비전프로 그룹 부사장이 지아난드레아를 대신해 AI 부문 책임자로 임명됐다. 록웰은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산하에서 AI 전략과 비전OS를 모두 담당한다.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시리 개발자에게 “최고의 AI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뭐든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이를 두고 자체 AI 모델 대신 다른 회사의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