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 먹는 아시아·아프리카 빈국 사람들 비타민A 결핍으로 시각장애 겪거나 목숨 잃기 일쑤
4대 곡물 생산국 ‘GMO 옥수수·콩’ 재배 비중 82~96%…이미 우리의 식문화 지배한 상황
‘부작용 우려’ 세계 곳곳서 반대 캠페인…영양분 채운 ‘유전자변형 쌀’ 상용화 멈춰
근거 없는 위험성·불안감보다 생명 살리기가 우선…노벨상 수상자 100여명은 “안전성 지지”
다음은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서 인용한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설명이다.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줄임말로 생물체 유전자 중에 유용한 것을 취하여 그 유전자가 없는 다른 생물체에게 삽입하고 유용하게 변형시킨 농산물 등을 원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을 뜻한다. 생산성과 영양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됐다. 우리나라에 유전자 식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콩이나 옥수수의 한반도 재배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여 많은 양을 수입하는 실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GMO 식품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GMO의 안전성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1996년 시작된 GMO 콩과 옥수수의 상업화 이후 지난 20년 이상 GMO 사용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GMO가 위험하다는 주장에도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밥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음식물은 이미 GMO에서 유래된 것이다.
4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에서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볼 때 GMO 옥수수와 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2~96%에 이른다. 옥수수는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콩은 식용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므로, 직접 콩이나 옥수수를 먹든, 식용유를 먹든, 식용유가 들어간 가공식품을 먹든, 사료를 섭취한 가축의 고기를 먹든, 직간접적으로 GMO를 다량으로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GMO가 이미 우리의 식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피하고 싶다면 날것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참고로, 자연에 존재하는 수십만종의 식물 중에서 사람이 먹고 탈나거나 죽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떤 이들은 GMO가 위험하지 않다는 결과는 모두 GMO 생산 기업들이 제공하는 연구비를 받은 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과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날조된 연구는 GMO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쪽에서 나왔다. 2012년 프랑스 캉 대학의 질 에릭 세랄리니 박사팀은 GMO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날조된 연구결과를 ‘식품 및 화학 독성학’이라는 학술지에 게재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다. 세상에 퍼뜨리는 수법도 악랄했다. 과학 연구의 핵심인 동료평가도 받기 전에 마치 학술지에 승인을 받은 것처럼 언론에 먼저 터뜨려버린 것이다. 종양을 가진 흉측한 쥐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대중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세계 각처의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측면에서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럽식품안전청은 이 연구가 아예 과학적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자 학술지 측은 저자에게 논문 철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세랄리니 박사가 이를 거부하자 2013년에 논문을 강제로 철회시켜버렸다.
황금쌀은 베타카로틴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옥수수 및 미생물에서 추출하여 쌀에 이식한 GMO 곡물이다. 쌀을 황금색으로 보이게 하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된다. 자연적인 쌀에는 비타민A가 많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음식 없이 쌀만 먹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비타민A 부족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실명을 하게 되는데, 매년 사망자가 200만명, 실명하는 사람이 50만명에 이른다. 다양한 영양 식품을 섭취하는 한국의 어린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세계보건기구 등에 따르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 세계 미취학 어린이 1억9000만명이 비타민A 결핍에 따른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
GMO 황금쌀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사망과 심각한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있지도 않은 GMO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반발 때문이다. 실명하거나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한 부작용이 대체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데, 미국의 과학저술가 에드 레지스는 자신의 책 <황금쌀: GMO 슈퍼푸드의 위태로운 탄생>에서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의 집요한 방해와 GMO 반대 목소리에 맞선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주된 문제임을 밝힌다.
황금쌀이 대기업을 앞세운 제국주의적 음모라고 주장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에도 명분이 없는데, 2004년 신젠타가 상업적 이익을 포기한 후 황금쌀 개발 연구비 대부분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비영리 단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매년 종자를 공급해 수익을 보는 다른 GMO 작물과는 달리 황금쌀은 현지 농민들에게 처음 한 번만 공급하면 이후 계속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100명 넘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나섰다. 이들의 성명서는, 미국 국립과학원과 영국 왕립학회를 비롯한 공신력 있는 과학 단체들이 GMO의 안전성을 지지하고 있으며, 실제로 GMO를 섭취한 인간이나 동물에게서 부작용이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은 그린피스가 황금쌀 반대 캠페인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과학적 사실과 모순되는 감정에 기반한 GMO 반대 운동이 수많은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한편 유전자변형과 약간 개념이 다른 것이 ‘유전자 가위’라고도 불리는 유전자편집 기술이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유전자편집 작물도 GMO 관련 법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외래 유전자가 추가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GMO와는 다른 규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이 그런 사례다. 일본 식약처는 2019년 10월 유전자조작 식품 신고제를 도입해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은 유전자편집 식품은 안전성 시험을 면제해주었으며, 이를 근거로 2020년 12월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작물의 시장 출시를 승인했다. 사나텍시드가 출시한 이 상품은 혈압을 낮추는 성분인 가바(GABA)라는 아미노산 성분을 많이 포함한 품종개량 토마토다. 미국도 유사한 입장이다. 2023년 5월에는 유전자편집으로 맛을 개선한 샐러드가 출시되었다.
유전자편집의 가장 높은 활용 우선순위는 역시 인간의 질병이다. 이미 몇 가지 희귀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PCSK9이라는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원숭이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한 연구가 ‘네이처’에 소개된 후, 이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현재는 관련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치료가 시험 대상이지만, 향후에는 콜레스테롤이 원인이 되는 치매와 심혈관 질환 등의 예방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비만에 대한 몇 가지 가능한 유전자 교정 치료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사람의 몸에 직접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는 대신 몸에서 채취한 세포를 프로그래밍한 후 이 세포들을 다시 몸 안에 넣을 수도 있는데, 이런 방법은 이미 암 치료 목적으로 실제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카이스트의 우리 연구실에서 최근 개발한 스마트 면역세포 시스템도 이러한 항암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는 생태계와 진화 과정의 통제까지도 가능하게 해준다. 유전자 드라이브란, 우리가 원하는 특정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며 후손들에게 우선적으로 유전되도록 하여 결국에는 특정 생물 종 개체군 전체의 유전형질을 바꿀 수 있다는 개념으로서, 이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과정조차 인간이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띠는 유전자를 모기에 집어넣어 야생 집단에 퍼뜨리게 되면, 이 모기의 후손들은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으므로 사람들에게 말라리아를 옮기지 못하게 된다.
단지 일부 유전자를 편집하는 정도가 아니라 특정 생물의 유전체 전체를 합성해내는 것도 가능하다. 프랜시스 콜린스와 함께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성사시켰던 크레이그 벤터는 비영리 기관인 크레이그벤터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이 같은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가 2010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합성세포는 현존하는 세균의 유전체를 복사하여 다른 세포에 이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2016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합성세포는 그야말로 처음부터 뉴클레오티드 하나하나를 인공적으로 이어붙여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공생명체’를 창조한 것이었다. 이는 무(無)에서 생명을 설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특히 모든 기술의 목표는 인간의 복지 향상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기술을 사회에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능력이 아니라 감정과 의지의 문제다. 수많은 생명을 살릴 잠재력을 가지고도 사장되어 있는 GMO 황금쌀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황금쌀이 GMO가 아니라 실제로 자연산 금가루를 넣은 쌀이라면 어땠을까? 특히 한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리에 팔렸을 수 있다.
식용 금가루의 효능에 대한 광고들은 금이 해독작용을 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한다. 술에 넣어 먹으면 숙취해소에 좋다는 우스꽝스러운 광고도 있다. 식용 금가루는 가격도 비싸서 극소량(0.3g)이 4만~5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금은 먹어도 건강상 아무런 이득이 없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금가루는 외관이나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한 착색제에 불과하며, 섭취했을 때 건강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금도 중금속의 일종으로서 지속적으로 금가루 음식을 즐기게 되면 간이 손상되고 몸에 축적되면 신장 기능까지 망가진다. 골수의 조혈 기능에 손상을 입힘으로써 재생불량성 빈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황금쌀을 못 먹는 이유에는 두 가지 상반된 면이 있다. 인공적인 ‘GMO 황금쌀’과 금가루를 넣은 ‘자연산 황금쌀’을 못 먹는 이유가 다르며,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이 황금쌀을 못 먹는 이유가 다르다. 값비싼 식용 금가루를 얼마든지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부유한 이들이 ‘자연산 황금쌀’을 못 먹는 이유는, 자연의 산물인 금가루가 실은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 없이 쌀만 먹을 수밖에 없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어린이들이 ‘GMO 황금쌀’을 못 먹는 이유는, 이미 다른 먹을 것이 너무 많아 비타민A 부족을 알지도 못하면서 근거 없이 GMO의 안전성을 따지고 드는 이들의 망상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