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자연과학] 해양 산성화 탄산칼슘 골격의 생물

2025-02-20

얼마 전 대게를 먹었는데, 그 껍질이 유난히 부드럽고 얇게 느껴졌다. 이 현상이 해양산성화와 관련이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갑각류 껍질은 주로 탄산칼슘, 단백질, 키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비율은 종류와 수확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가 먹은 대게가 해양 산성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해양 산성화가 해양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해양 산성화란?

일반적인 바닷물은 pH 8.1-8.2 사이로 약 알카리성 상태를 보이지만, 바닷물의 pH가 산성(pH < 7)이 되는 것은 아니나, pH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해양산성화라고 한다. 이에 대한 원인은 대기 중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바닷물에 녹거나 해양 지층에 저장된 CO₂가 누출되어 해수에 용해되면서 해수의 pH가 낮아지는 것이다.

해양에서 자연적인 탄소 순환 과정

연체동물, 산호, 유공충 등은 바닷물에서 탄산 이온과 칼슘을 이용해 탄산칼슘 골격을 만든다. 이들은 세포 보호와 부력 조절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생물이 죽으면 껍질과 골격은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일부는 해저 퇴적층에 탄소를 저장하는 자연적인 과정이 형성되는데, 이들은 해양의 탄소 저장에 기여한다.

또한 생물이 죽어 껍질이 가라앉을 때, 탄산칼슘의 50%가량은 심해로 가라앉기 전 500~1000m 깊이의 바다에서 용해되기도 한다. 이렇게 용해된 탄산칼슘은 해류 순환에 의해 수십 년 안에 해수 표층으로 돌아오게 되고, 이 탄산은 다시 해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회복한다(Lee, Feely, 2021).

바닷물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물과 이산화탄소의 반응으로 탄산수소이온(HCO₃⁻)과 수소이온(H⁺)이 생성되고, 수소이온은 바닷물 내 탄산이온(CO₃²⁻)과 결합하여 탄산수소이온(HCO₃⁻)을 만들게 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게 되면 탄산이온의 농도가 감소한다(그림 1). 탄산이온이 부족해지면, 게나 조개 같은 생물들이 탄산칼슘(CaCO₃) 껍질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줄어들어, 껍질이 약해지고 성장 속도가 저하된다(그림 2). 벽돌이 부족해지면 튼튼한 집을 짓기 어려운 것과 같다. 탄산칼슘을 골격으로 하는 해양생물이 감소하면, 껍질과 골격 형태로 심층 해저에 가라앉아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탄소의 양도 감소한다. 즉, 표층에서 심층으로 이동하는 탄소량이 줄어든다. 이는 바다가 대기 중 CO₂를 흡수하지 못해, 대기 중 농도를 더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해류 순환에 의해 탄산이 다시 해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속도보다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현저히 많기 때문에 해양 산성화를 늦추는 것은 어렵다(Lee, Feely, 2021).

대기 중 이산화탄소

산업혁명 이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1ppm=백만 분율) 수준으로, 수천 년 동안 상대적으로 2025년 코페르니코스 ECMWF 연례 기후 보고서에 의하면, 2024년 기준으로 422.1ppm에 이르렀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며, 이산화탄소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용, 산업 활동 증가, 산림 파괴(벌목, 산불 등으로 인한 탄소 흡수 능력 저하), 농업 및 가축 사육 증가(메탄 배출도 CO₂ 증가에 기여), 탄산칼슘 껍질과 해양 산성화의 관계 등이다.

해양에서 발생하는 주요 두 가지 생물 기원 탄산염 함유 광물

아라고나이트와 방해석 이 둘은 화학식이 CaCO3로 같은, 천연 탄산칼슘의 다형체로 결정격자 구조와 용해도가 다른 동질이상이다. 아라고나이트를 골격으로 하는 생물에는 산호 및 익족류(pteropods), 유공충(그림 3A, B, H) 같은 생물이 있고, 방해석을 골격으로 하는 대표적 생물로는 심해에 서식하는 저마그네슘 방해석을 갖는 유공충과 석회비늘편모조류(coccolithophorids)가 있다(그림 3C, F.). 그 밖에 성게, 불가사리, 산호들도 고마그네슘 방해석 골격을 갖는다(그림 3). 이러한 탄삼염은 포화수심 (탄산칼슘 골격이 부식되는 경계)이 각각 다르다. 해양에서 탄산염을 갖는 수많은 생물을 대상으로 포화수심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아라고나이트와 방해석의 포화 수심이 얕아진다는 것은 탄산칼슘을 골격으로 하는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수의 산성화가 진행될 경우 일부 생물들은 성장과 발달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멸종 위기에 이를 수도 있다.

먹이사슬

해양 산성화는 단순히 개별 생물 종의 생존 문제를 넘어서 해양 생태계 전체의 먹이사슬을 교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공충, 석회비늘편모조류는 해양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1차 생산자이자 석회질 퇴적물 형성에 기여하는 생물(유공충은 전 세계 해양 탄산칼슘 침전물의 약 20~50%를 차지한다고 추정됨)이다. 이들이 감소하면 동물성 플랑크톤, 작은 어류, 그리고 그 위에 위치한 대형 포식 어류와 해양 포유류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는다. 궁극적으로는 어업 자원 감소와 해양 생물다양성의 소멸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유각 익족류는 해양 산성화의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생물학적 지표 생물(biological indicator)로 간주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해양 산성화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NOAA, 2016).

결론

해수의 산성화로 인한 생물이나 생태계에 일어나는 변화를 구분하는 것과 해양생물,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해양 산성화는 해양생물의 호흡이나 에너지 저장 및 소모 등 생리, 생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며, pH의 변화는 탄산칼슘을 골격으로 하는 석회화 생물(calcifying organisms)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Gazeau et al., 2013; Kim et al., 2019).

결국, 해양 산성화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할 글로벌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참고문헌

Gazeau, F., Parker, L.M., Comeau, S., Gattuso, J.P., O’Connor, W.A., Martin, S. and Ross, P.M., 2013, Impacts of ocean acidification on marine shelled mollusks. Mar. Biol., 160, 2207-2245.

Kim, S.Y., Jeong S.H. and Lee, T.S. 2019, Calcium carbonate saturation state in the Ulleung basin, East Sea. J. Korean Soc. Oceangr. 24, 389-399.

Lee K., Feely R.A., 2021, Dissolution resolution. Nature Geoscience, 14(6), 356-357​, DOI: 10.1038/s41561-021-00765-6​

NOAA, 2016. NOAA research links human-caused CO₂ emissions to dissolving sea snail shells off U.S. NOAA. https://www.noaa.gov

Sun, W., Jayaraman, S. W., Chen, Persson, K.A., Ceder, G., 2015. Nucleation of metastable aragonite CaCO3 in seawater Proc. Natl. Acad. Sci., 112 (11), pp. 3199-3204, DOI:10.1073/pnas.1423898112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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