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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해 1학기 초·중·고교 일부 학년에 자율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학교별 신청률이 30% 수준으로 집계됐다. AI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학교 내부 회의에선 효과성 검증과 준비 부족을 비롯해 “서책형 교과서랑 AI 교과서 출판사가 달라 사용 어렵다” “기존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AI 교과서가 유사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교육부는 19일 학교별 AI 교과서 신청률이 30%를 넘었다고 밝히면서 “최종 완료시점까지 조금 더 신청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AI 교과서는 올해 1학기 처음으로 초·중·고교 일부 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도입되는데,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한 과목만 도입하는 학교도 ‘신청 학교’로 분류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지역별 현황을 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24.4%)·세종(7.6%)에서 신청률이 낮았다. 반면 경기(43.5%)·대구(98.3%)는 AI 교과서 신청률이 높은 편이었다.
기자가 입수한 전국 20개 초·중·고교의 교과협의록과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회의록을 보면, 교사와 학부모들이 AI 교과서 도입을 철회한 여러 이유가 담겼다. AI 교과서 도입 여부는 교사들의 교과협의회와 학부모도 참석하는 학운위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대부분의 학교는 효과성 검증·준비 부족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경기 용인 A초교는 ‘AI 교과서는 현재 교과 보조 자료 정도의 수준으로 교과서로서의 효과성 검증 미비’를 이유로 AI 교과서 도입을 취소했다. 서울 성동구의 B초교는 ‘교내 서버 기능 부족 등 디지털 사용 환경 인프라 구축 미흡’을 지적했다. 강원 속초 C초교에선 ‘AI 교과서가 안정화될 때까지 도입을 연기해야 하겠다’고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서책형 교과서와 AI 교과서의 발행사가 다른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충북 음성의 한 초등학교는 ‘서책형 교과서와 AI디지털 교과서의 출판사가 달라 수업 시간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서책형 교과서를 먼저 선정한 뒤 AI 교과서를 선정해 부득이하게 출판사가 다르게 선정되어 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초등 수학 AI 교과서는 검정을 통과한 출판사가 두 곳뿐이다.
AI 교과서의 완성도에 의문을 표한 사례도 많았다. 서울·경북·전북·제주의 학교에선 ‘종이 교과서 및 에듀테크 활용 수업과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AI 교과서는 기존 멀티미디어 자료 수준’ ‘AI 기반 학습보다는 원어민 교사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수업이 더욱 효과적일 것’ ‘연수로 체험해보니 학습자 간 협력을 통한 배움이 있는 수업을 구현하는 데 한계’ 등 의견이 나왔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예산 낭비를 걱정하는 내용도 확인됐다.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선 “개인별 디지털교과서의 비싼 구독료를 감안한다면 국가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경기 남양주의 한 고교에서도 ‘과도한 구독료가 걱정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새 학기 시작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는 AI 교과서 구독료 산정을 마치지 못했다. 올해 AI 교과서 도입이 의무에서 자율로 바뀐 이후 교과서 회사들이 “이익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월말에는 반드시 구독료 협상을 회사별로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