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기록과 고대 유대인 전통을 고려하면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낳았을 때 생각보다 훨씬 어렸을 가능성이 크다.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난 2,000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의문을 탐구해 왔다. 기독교의 메시아는 어떻게 생겼을까? 키는 얼마나 되었을까? 그는 어떤 민족에 속했을까? 그는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힌 후 어디에 묻혔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성경은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그러나 예수의 어머니에 대한 성서의 기록은 확실하지 않다. 예컨대, 마리아는 예수를 낳았을 때 몇 살이었을까, 같은 의문에 대해 성서는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성서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의 나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기독교 문헌까지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그녀의 어린 시절, 요셉과의 약혼, 천사 가브리엘과의 조우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단서들과 1세기 유대인 소녀들의 삶에 대한 정보를 결합하면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 몇 살이었는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는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마리아의 모습과 수태고지에서 예수의 탄생까지
성경은, 마리아가 그리스도인의 메시아이자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를 낳았을 당시 그녀의 나이를 밝히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천사 가브리엘에 의한 수태고지 이전 그녀의 삶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마리아의 이름은 누가복음에 처음으로 언급된다.
누가복음 1:26-28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 뒤로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의 가문에 속한 요셉이라는 남자와 약혼한 처녀에게 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기뻐하여라, 은혜를 입은 자야,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하신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그녀가 아들 예수를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리아가 자신은 아직 처녀인데 어떻게 가능한지 묻자, 가브리엘은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녀의 아이는 “하나님의 아들(Son of God)이라 불릴 것”이라고 들려준다. 그러자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대답한다.
한편, 요셉은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조용히 그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는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마리아를 죽일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천사들이 그녀가 성령으로 잉태한 것이라고 안심시켜 준다.
누가복음 2:1-20에서 마리아는 예수를 낳았지만, 성경은 다시 한번 마리아가 아들을 맞이할 때의 나이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고보 복음(Gospel of James)’이라는 2세기의 외경 텍스트에서 몇 가지 단서를 뽑아낼 수는 있다.
‘야고보 복음’은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의 나이를 몇 살로 기록하고 있을까?
성경 정경에는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당시의 나이에 대해 언급이 없지만, 성모 마리아의 신학적 연구에 종종 사용되는 ‘야고보 복음서’라는 외경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 약혼, 임신에 대한 일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야고보 복음서’에 따르면 마리아는 요아킴과 안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그들은 그녀가 세 살 때 성전으로 데려가 하나님에게 바쳤다고 한다. 마리아가 열두 살이 되자 한 천사가 지역 사제 앞에 나타나 마을의 신랑감들을 불러 모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면서 천사는 “각자 자기의 지팡이를 가져오게 하라. 마리아는 주께서 표적을 보이시는 남자의 아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요셉의 지팡이에서 비둘기가 날아올랐기 때문에 그가 마리아의 남편으로 선택된다. 그러나 요셉은 처음에는 자신은 이미 자녀들이 있고, 나이를 많이 먹었으며, 마리아는 어린 소녀라고 말하며 천사의 뜻에 반대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로 동의한다.
‘야고보 복음서’는 계속 이어지면서 마리아가 요셉이 없는 동안 예수를 잉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기독교 외경은 또한 잉태 당시 마리아가 “열여섯 살”이고 임신 “여섯 달”이 되어서 요셉이 마리아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야고보 복음서’는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의 나이에 대해 성경 정경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야고보 복음서’는 마리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제공하고, 약혼 당시 그녀를 “어린 소녀”로 묘사하며, 예수를 낳았을 때의 나이가 16-17세 정도였을 것임을 암시한다.
‘야고보 복음서’는 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외경이지만, 그 안에 묘사된 마리아의 결혼 이야기는 1세기 갈릴리와 유대 지방 유대인 여자들의 결혼 전통과 관련된 정보와 일치한다.
성모 마리아 시대의 유대인 소녀들의 결혼 전통
‘야고보 복음서’가 없더라도 마리아가 살았을 당시 유대인 결혼 전통을 살펴보면 그녀가 예수를 가졌을 때의 나이를 추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1세기 유대인 소녀들은 월경을 시작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12-15세 사이에 약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신부와 신랑의 가족이 만나 결혼 문제를 협의했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신랑감에 대해 딸과 상의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 문제에 대해 본인인 거의 말할 권리가 없었을 것이다. 약혼이 성사되었다 해도 신랑과 신부는 약 1년 동안 연락을 취해서는 안 되었다. 결혼식 전까지는 두 사람만 있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만일 약혼 기간에 신부가 임신하면 그녀는 사형까지 당할 정도로 엄한 처벌을 받았다. 마태복음에서 요셉은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마태복음 1장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태어나심은 이러하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나서,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서 약혼자에게 부끄러움을 주지 않으려고, 가만히 파혼하려 하였다. 요셉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주님의 천사가 꿈에 그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네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과 ‘야고보 복음서’, 성경 시대 유대인의 결혼 전통을 고려할 때,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 그녀의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
예수를 가졌을 때 마리아의 나이에 대한 합리적 추론
성경에는 마리아가 임신 중일 때나 아이를 낳고 난 뒤의 나이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으며, 교회가 ‘야고보 복음’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당시의 나이를 추측만 할 수 있다.
당시의 전통을 고려하면,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했을 당시 나이는 12세에서 15세 사이로 추정되고, 예수를 낳았을 당시 나이는 12세에서 16세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고전 미술 작품에서 20대의 젊은 여성으로 그려진 경우가 많은 마리아는 예수를 낳았을 당시 아직 10대 소녀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리아의 삶은 성경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녀는 분명히 예수의 탄생 이야기에서 핵심적 인물이고, 예수가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처형을 당했을 때 십자가 발치에 서 있었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어머니에 대해 그 이상 알지 못한다.
동정녀 마리아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는 오늘날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널리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예수의 실제 어머니의 삶을 담은 자세한 기록들은 지난 2,000년 세월을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저작권자 © 위키리크스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