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응답하지 않을 권리’ 보장과 ‘반차 명문화’ 등을 위해 법 개정에 나선다. ‘공짜야근’의 주범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 규제도 법제화해 규제하기로 했다.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취지다. 다만 법정근로시간 단축이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제도) 등 노사가 주장해온 핵심 과제는 노사 간 이견으로 향후 과제로 넘어갔다.
30일 고용노동부는 노·사·정이 참여한 ‘실노동시간 단축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실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을 공개했다.
핵심은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차단하는 데 있다. 노동자 동의가 있거나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을 허용해 온 기존 판례 기준을 법으로 공식화한다. 아울러 노동시간의 기록·관리 의무도 제도화 한다. 이에 따라 임금대장에는 근로일수는 물론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발생한 경우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포괄임금제를 광범위하게 활용해 온 정보기술(IT) 업종과 전문직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연락을 자제하도록 하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퇴근 이후 상사의 전화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는 법적 제동이 걸린다. 추진단은 이를 내년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하는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에 제도화할 계획이다. 다만 처벌 규정은 두지 않는다. 배규식 추진단 단장은 “처벌 조항을 두기보다는 독려 중심의 방식으로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에 담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건강한 일터 조성’을 목표로 연차·반차·휴게시간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청년과 육아기 노동자가 자기계발이나 돌봄이 필요한 경우 연차휴가를 4시간 단위의 반차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상반기 내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연차 사용을 이유로 근무평가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함께 입법화한다. 그동안 오후 반차를 사용하는 날에는 오전 4시간 근무 후 30분 휴게시간을 채워야만 퇴근할 수 있었던 규정을 개선해, 휴게시간 없이도 조기 퇴근이 가능하도록 바꿀 예정이다.
다만 근로시간과 직결되는 핵심 쟁점 대부분은 노사 간 합의에 실패해 이번 로드맵에서 빠졌다. 법정노동시간 단축과 연장근로 상한, 1일 최장 노동시간 제한을 비롯해 유연근무제의 단위 기간과 절차 요건, 근무일 간 휴식시간 보장, 연장·휴일·야간수당 할증률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온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문제와 반도체 산업 근로시간 특례도 제외됐다.
추진단 공동 단장인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남은 노사 이견 과제는 중기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추진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는 나눴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의 요구였던 주4.5일제 역시 당초 입법이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법제화 대신 정부 지원 정책으로 선회했다. 육아기 오전 10시 출근제와 주4.5일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2026년부터 324억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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