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박창홍 시민기자= 최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 의자를 기존의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전면 교체하려는 계획이 공개되면서 지역 사회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대축구단의 서포터즈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해당 결정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파란색은 현대축구단의 공식 팀 컬러로, 팬들에게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경기 당일 빨간색 의류나 양말조차 착용하지 않을 정도로 팀 컬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 경기장은 팀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이나 특정 정파의 색깔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개입될 때, 팬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는 팀의 홈구장인 캄프 누(Camp Nou)에서 팀 정체성과 정치적 색채가 교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카탈루냐 독립 운동이 본격화하던 시기에, 캄프 누 경기장에 걸린 대형 독립 깃발과 정치적 메시지가 논란이 됐다.
팀의 팬들은 독립 운동에 지지를 보냈지만, 일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며 비판했다. 이 사건은 스포츠가 정치적 목적을 띠게 될 때 얼마나 민감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NFL 구장에서의 정치적 메시지와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특히, 경기장에서 특정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이 사용될 때, 팬들과 지역 커뮤니티의 갈등이 심화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이런 사례는 스포츠가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팀 컬러의 변화는 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2012년 카디프 시티 FC는 전통적인 파란색 유니폼에서 빨간색으로 팀 컬러를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구단주는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결국, 몇 년 뒤 구단은 원래의 파란색으로 복귀했다.
문수월드컵경기장의 의자 교체 계획은 팀의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는 행보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축구단 서포터즈뿐만 아니라 울산 시민들까지 이 결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장은 단순히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정체성과 역사, 팬들의 열정을 담아내는 상징적 공간이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색상 변경이 스포츠 팬들에게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례들이 보여주듯, 팀 컬러와 경기장의 정체성은 단순한 색상의 문제가 아니라 팬들과 지역 커뮤니티의 자부심과 소통된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문수월드컵경기장 의자 교체 논란은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 사회와 서포터즈의 의견을 수렴하고,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적 목적이 경기장의 정체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시민들과의 소통과 팬들의 정서를 존중하는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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