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으로 세상 곳곳 웃음 선사…대한민국 최고령 MC의 선행

2024-10-10

박언휘 슈바이처 나눔 봉사단장 진대식 씨

고등학교 방송반서 첫 봉사 시작

소년교도소 위문공연으로 꿈 키워

예술인 봉사단 꾸려 활발한 공연

40여년 봉사로 각종 표창 휩쓸어

“죽는 날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남행으로 가는 KTX 출발하겠습니다. 남행열차 갑니다!”

곱게 빗은 머리에 반짝이는 눈동자, 곱게 다린 하늘색 셔츠와 쭉 빠진 청바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에는 소년의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쉰 목소리로 유머를 쏟아내는 눈가에는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이 삶의 이유라는 진대식 씨는 내년이면 고희에 들어서는 대한민국 최고령 MC다.

진씨는 어렸을 적부터 동네 제일가는 개구쟁이였다고 한다. “남들 앞에서 설치는 게 좋았죠. 교장선생님은 몰라도 내 이름은 다 알았어요” 허허 웃던 그는 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이 첫 봉사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진씨는 끼를 펼치며 학교의 명예를 높일 방법을 생각하다 무작정 교장선생님께 찾아가 졸랐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에 못 이긴 교장선생님이 마련해준 것은 ‘소년교도소 위문공연’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코미디 대본을 짜고 공연 봉사를 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졸업 후 진씨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갔다. 돈도 없고 수입도 확실하지 않던 어려운 상황에서 수소문 끝에 롤모델이었던 지금은 고인이 된 송해 선생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송 선생의 도움으로 나이트클럽과 회관에서 공연을 전전하던 그는 결국 경제적 이유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에서 당시 ‘체신부’에 합격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우울증을 겪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 무대가 필요했던 그는 봉사로 한을 풀기로 마음먹었다. 각종 봉사단체에 들어가 행사, 경로당 잔치, 거리 캠페인 등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공연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20여년 전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대구 사랑 예술인 봉사단’을 발족했다.

현재 단장으로 있는 ‘박언휘 슈바이처 나눔 봉사단’은 2018년 제야의 타종 행사에서 박언휘 원장을 알게 돼 뜻을 함께하게 됐다. 20명으로 시작한 봉사단은 어느새 176명으로 커졌다. 40여년간의 봉사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대구시장 표창, 구미시장 표창, 서구청장 표창 등을 휩쓸었다.

진씨는 2년 전 또 다른 위기를 계기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며느리의 권유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전립선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 후 일주일간 입원 후 의사가 놀랄 정도로 완쾌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진 씨는 “마음 만은 17살 첫 공연을 나가던 그 마음 그대로다. 상대방을 웃겨주고 즐겁게 하는 것이 삶의 낙”이라며 “두 번째 삶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봉사는 내 마음을 남에게 선물하는 것’이라는 신조로 더 열심히 죽는 날까지 봉사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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