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압구정 아파트 39억에 증여… 국세청, 강남·마용성 증여 거래 전수조사

2025-12-0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고가 아파트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A 씨.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한 뒤 아파트값을 감정가액 39억 원으로 신고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 같은 단지의 동일 평형 아파트 거래가 60억 원의 65%에 불과한 수준이다. A 씨는 증여세를 십억 원 이상 덜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소재 고가 아파트에서 이뤄진 증여 거래에 대한 전수조사에 4일 착수했다. 올 들어 집값이 또 다시 급등하면서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가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현미경 검증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올해 미성년자가 증여 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이들 7개구에 집중돼 세금 탈루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아파트 가격을 시가대로 적절히 신고했는지에 대해 검증하겠다”며 “부담부증여 등 채무 이용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건은 정밀 점검해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 철저히 세무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특정 지역만을 타깃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의심 사례로는 부담부증여, 담보 등 채무를 이용한 편법증여가 지목했다. 부담부증여란 증여재산이 담보하는 채무까지 인수하는 증여방식이다. 채무 상당액에 대해서는 증여자가 양도소득세를 부담해 수증자인 미성년 자녀들의 세 부담을 덜 수 있어 증여세 절세방안으로도 활용된다.

실제 30대 남성 B 씨는 어머니로부터 서울의 수 십억 짜리 아파트를 물려받으면서 대출금까지 승계하는 부담부증여를 선택해 증여세를 크게 아낄 수 있었다. B 씨가 자신의 월급은 다달이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해 세무 당국의 눈을 속였으나 알고 보니 연간 수억 원의 호화 생활비는 어머니의 지원을 받아 충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가 사실상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것과 다를 바 없어 A씨 모자는 자금출처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미성년 수증자가 증여세와 취득세 등 각종 부대비용을 납부할 능력이 없음에도 ‘부모 찬스’로 해결하는 부적절한 부의 대물림도 모두 찾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자녀 명의로 된 가족 법인에 아파트를 ‘우회 증여’하거나 조부모를 끌여들여 ‘쪼개기 증여’하는 수법도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7708건이며 이 중 2934건(38.1%)이 강남 4구와 마용성에서 이뤄졌다. 특히 미성년자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강남 4구와 마용성에 있는 아파트 등 증여는 전체 증여(223건)의 60.1%인 134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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