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과거를 되짚어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진화해왔다. 일반적으로 심상이 생생할수록 자전적 기억은 더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되살아나며 그 덕분에 그 장면을 바탕으로 미래를 더욱 자연스럽게 내다볼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의 하얀 여왕은 ‘거꾸로만 작동하는 기억은 형편없는 기억이지’라고 외친다. 따라서 과거를 떠올리기 어려운 사람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도 서툴다.” <상상하는 뇌>, 흐름출판
상상을 할 때 인간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간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상상에는 야누스처럼 두 가지 얼굴이 있다고 말한다. 상상은 “우리를 다른 존재들과 떼어놓고 현실에서 고립”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상한 경험을 공유하는 능력이 우리를 하나로 묶기도 한다”. 상상의 역할은 고립된 개인들을 묶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상상은 뇌가 최근의 경험을 모델링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공감과 미래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상은 생존의 필수 도구다. “우리 같은 ‘문화적 생물체’에게 생산적 상상은 죽고 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1846년 킹 윌리엄 섬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굴복한 존 프랭클린의 불운한 탐험대가 그들이 목숨을 잃은 땅에서 이누이트 사람들의 상상력을 빌릴 수 있었더라면 겨울을 이겨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