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연시와 기념일에 빠지지 않는 샴페인. 하지만 병을 여는 순간만큼은 늘 긴장된다. 코르크가 튈까 움찔하고, 천장이나 조명 쪽으로 병을 겨누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샴페인을 안전하고 우아하게 여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경험에만 의존한다.
차분하고 통제된 동작만 익혀도 샴페인을 여는 순간이 부담이 아닌 하나의 의식이 된다. 미국 라이프 매체 심플리 레시피는 200년 넘게 부르고뉴 와인을 만들어온 프랑스 와인 명가 메종 루이 라투르의 부사장 엘레오노르 라투르에게 조언을 구했다.
샴페인은 일반 화이트와인과 달리 병 안에 상당한 압력이 걸려 있다. 내부 압력은 자동차 타이어의 약 3배 수준으로, 병 속에서 일어나는 2차 발효 과정에서 형성된다. 샴페인과 크레망(Crémant)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다. 이 섬세한 기포를 살리려면, 개봉 과정부터 다뤄야 한다.
샴페인 제대로 여는 5단계
1 포일 제거: 소믈리에 나이프의 작은 칼날로 와이어 케이지 아래쪽을 따라 깔끔하게 자른다. 미끄러짐을 막고 조작이 쉬워진다.
2 엄지로 코르크 고정: 철사 케이지를 푸는 동안 반드시 엄지를 코르크 위에 얹는다. 케이지가 느슨해지는 순간, 코르크는 언제든 튈 수 있다.
3 각도와 회전: 병을 약 45도로 기울인 뒤 코르크를 잡고 코르크가 아니라 병의 바닥을 천천히 돌린다. 힘과 제어력이 훨씬 안정적이다.
4 소리에 집중: 목표는 ‘펑’ 소리가 아니라, 숨이 빠지듯 나는 ‘쉬익’ 소리다. 기포 손실을 줄이고 와인의 품질을 지킨다.
5 따르는 요령: 처음에는 각 잔에 소량만 따라 거품을 가라앉힌 뒤, 다시 나눠 채운다. 넘침을 막고 기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실수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실수는 코르크를 일부러 날리는 것이다. 축하 분위기는 살릴 수 있지만, 기포를 낭비하고 사고 위험도 있다. 또 많은 사람이 코르크를 비트는 데 집중하지만, 실제로는 병을 돌려야 제어가 쉽다.
온도도 중요하다. 와인이 따뜻할수록 압력이 커져 사고와 거품 넘침이 잦다. 샴페인의 적정 온도는 섭씨 7~10도(화씨 45~50도). 냉장고에서 몇 시간 충분히 식히거나, 얼음물에 최소 20분은 담가두는 것이 좋다.
긴장된다면 이렇게
엘레오노르 라투르는 “차분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두르지 말고, 코르크를 단단히 잡은 상태에서 병을 천천히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자리를 앞두고 있다면, 비교적 저렴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으로 한두 번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샴페인을 여는 목적은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병 안에 담긴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조용하고 우아한 개봉은 그 자체로 축하의 순간을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