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거침없는 프로

2025-01-26

배우 주지훈은 거침이 없다. 망설임 없이 자신 안의 얘기를 꺼내놓는다. 그렇게 20년 경력 켜켜이 쌓아 올려 단단해진 자아를 증명한다.

주지훈이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천재 외과 의사 백강혁으로 돌아왔다. 확고한 신념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자신과 꼭 닮은 캐릭터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을 만나 백강혁 캐릭터에 대해 “솔직한 건 비슷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어릴 때부터 괴짜 친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백강혁 같은 판타지적인 캐릭터도 제겐 이상하지 않아요. 저에겐 실존하는 사람들로 믿어지죠. 그런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는 ‘내가 목도 했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 같아요. ‘암수살인’ 이후로 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단 얘길 많이 듣는데요, 전 내 안에 그런 모습이 있고, 그 연기를 잘 할 거라고 생각 했어요. 대중이 전엔 저의 그런 모습을 못 봤잖아요? 근데 실제로 눈으로 봐버렸으니 그게 자연스러워진 거죠.”

결코 실재하지 않을 것 같은 백강혁 캐릭터는 주지훈의 생활 연기를 만나 땅에 발을 붙였다. 주지훈의 이름 앞에 ‘메소드 배우’란 수식어가 붙진 않지만, 그는 어느 작품에서든 좋은 성적, 혹은 좋은 평가를 받아낸다. 많은 감독이 그를 찾고, 그가 다작 배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대부분의 만화 원작 작품이 ‘저게 말이 돼?’란 말을 들어요. 중간에 외면당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거든요 ‘궁’ ‘앤티크’ ‘신과 함께’ ‘킹덤’ ‘조명가게’등을 거쳤으니 전 너무 잘 알죠. 근데 우린 플레이어잖아요. 기획자 관점에서 부담스러울 순 있지만 배우 입장에서 캐릭터가 판타지적이어서 거슬리는 건 전혀 없었어요.”

그의 답변에서 진한 프로의 냄새가 난다. 마치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곳이 전쟁터일지라도 달려가는 의사 백강혁처럼 말이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중증외상센터장 백강혁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디든 달려가는 의사다. 때문에 그는 의학드라마 안에서도 오토바이 액션부터 헬기에서 사람을 둘러업고 라펠을 타고 내려오는 등 고난위도 액션을 소화한다. 또 이야기가 중증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큼 최악의 사고 현장, 그리고 어려운 수술 환경에 맞닥뜨린다.

“제가 어디 가서 고생했다는 말을 잘 안 하는데, 이 작품은 진짜 고생했어요.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판타지적인 캐릭터를 떠나서 환자를 대하는 진심이 없다면 완전히 망한다고 생각했죠. 특히 수술 장면에 대한 회의와 논쟁이 많았는데요, ‘극적 허용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런 장면이야말로 더욱더 전문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은 앵글 하나하나까지 의논했죠. ‘왜 쓸데없이 이러냐’란 말도 많이 들었지만, 놓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런 지점에서 저와 감독님이 의견이 잘 맞았죠.”

중증외상센터가 소재가 좋고 긴박해 보이지만, 실제로 필드를 뛰는 사람은 안다. 극적 연출을 위해 피가 더 튀겨 보이도록 하면 실제로 사람은 죽는다는 걸. 주지훈은 “그런 부분을 타협한다면 관객 기망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저는 그런 고단한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지난 20년간 배우 생활을 하며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그냥 좀 해~”라는 말이었다. 궁금한 것도 많을뿐더러, 자신이 꼭 납득해야 하는 성격 탓이다. 업무적인 부분에서 직설적으로 묻고 따지는 그에게 “네가지 없다”는 말도 돌아왔고, 은사로부터 “너는 타고난 배우는 아니야. 넌 연출을 해야돼”라는 말도 들었다.

“그땐 ‘프로듀서형 배우’란 말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제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배우의 시선보다 연출의 시선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누구와도 브로맨스를 이루는, 그는 욕심쟁이?

그런 면에서 ‘중증외상센터’는 이동윤 감독과의 합작품과 다름없다. 감독 역시 과거 주지훈과 ‘좋은 친구들’이란 작품을 함께했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기에 그를 믿고 불렀으리라.

“배우와 감독이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같다는 건 굉장히 소중한 것 같아요. 감독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죠. ‘중증외상센터’는 위트 있는 장면과 매우 진지한 장면이 함께 나와요. 그걸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게 진짜 어렵거든요. 한유리 항문외과 과장 등 위트 있는 기능을 가진 캐릭터들의 톤이 튀지 않아요. 감독이 잘 만들었다는 거죠.”

주지훈은 이처럼 현실에선 감독과, 작품에선 까마득한 후배인 추영우와 브로맨스를 이룬다.

“너무 다행이었어요. 그 친구가 나를 정말 좋아해 줬거든요. 영우가 매니시한 느낌도 있고 소년 같은 느낌도 있어요. 키가 비슷해서 둘이 있을 때 선생과 제자 같진 않은, 그런 그림이 잘 어울린 것 같아요. 영우는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것 같은 배우예요.”

그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어떻게 보면 주인공은 양재원”이라면서 “대본을 보는 순간 중증외상센터가 하나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기쁨이와 슬픔이 처럼 백강혁, 양재원, 천장미 등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리며 성장하는 중증외상센터의 성장기가 드라마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열심히 만든 작품이 기획 의도대로 잘 나왔고, 또 그 의도에 맞게 좋아해 주셔서 ‘아싸! 아자!’ 이런 느낌 있어요. 악천후 속에서도 백강현을 응원하게 되는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중증외상센터는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대한민국 인기 시리즈 1위에 올랐다. 8회차 에피소드론 부족하다며 시즌 2를 염원하는 이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행복한 질문입니다. 인터뷰에서 시즌2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는 건, 작품이 잘 나왔단 얘기죠? 엄청나게 고생스러웠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죠. 만일 시즌2가 기획된다면 당연히 합니다. ‘중증외상센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해결해주잖아요? 설 연휴에 희망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속 시원함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평온해?’라고 묻는게 요즘 인사말이 말이 됐는데요, 저희 작품이 일상에 활력이 되고 평온한 새해를 맞이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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