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DB산업은행이 한국산업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20년 만에 산업은행법에 명시된 은행명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이처럼 KDB산업은행이 사명을 변경하면서 금융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지주사의 명칭 변경은 계열사 명칭에도 영향을 주며, 과거 산업은행의 사명 변경 당시에도 그러한 선례가 있다.
이를 두고 광고업계 및 보험업계에서는 KDB생명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들의 사명 역시 시기의 문제지, 지주사와 함께 간판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내년 1월 1일자로 기업 이미지(CI·Corporate Image)를 기존 KDB산업은행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교체한다. 이는 20년 만에 산업은행법에 명시된 은행명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산은은 1954년 설립 당시부터 2005년까지 산업은행법에 명시된 은행명인 ‘한국산업은행’을 CI로 사용했다. 그러다 2005년 세계적인 국제투자은행을 목표로 내세우며 CI를 ‘kdb산업은행’으로 변경했다.
이어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민영화 추진에 따라 소문자를 대문자로 바꿔 ‘KDB산업은행’으로 CI를 변경했다.
하지만 산은 내부에서는 ‘KDB산업은행’이 동어 반복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KDB는 ‘Korea Development Bank(한국산업은행)’의 약자라는 점에서다. 정부가 민영화 추진 계획을 철회한 이후에는 CI 교체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CI 변경에 따라 산은은 본점을 비롯해 전국 영업점의 간판, 사원증 교체를 준비 중이며, 관련 예산은 최대 수십억원대로 추산된다고 전해졌다.
국내에서만 본점과 영업점 60곳, 정보기술(IT) 센터인 하남 KDB스퀘어 등 70곳의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최근 정부에도 관련 예산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은 측은 KDB금융 계열사의 CI까지 변경할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KDB금융 계열사로는 KDB캐피탈, KDB생명, KDB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산은 관계자는 “계열사 CI 교체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광고업계 및 보험업계에서는 KDB생명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들의 사명도 조만간 교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같은 경우 지주사가 사명을 변경하면 하나로 통일된 이미지를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계열사들 또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이 통상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iM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계열사들 역시 사명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DGB금융그룹은 지난 5월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및 시중금융그룹으로 변화에 맞춰 은행 및 비은행 계열사 사명 변경을 진행했다.
이에 DGB대구은행은 iM뱅크, 하이투자증권은 iM증권, DGB생명은 iM라이프생명보험, DGB캐피탈은 iM캐피탈, 하이자산운용은 iM에셋자산운용으로 변경됐다. DGB유페이, DGB데이터시스템, DGB신용정보, 하이투자파트너스도 iM을 사용하게 됐다.
앞서 산은 또한 지난 2009년 CI 변경 당시 계열사들의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산은금융그룹은 2010년 12월 그룹 통합 CI 선포식을 갖고 그룹명을 ‘KDB 산은금융그룹’으로 변경했다.
이에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등의 대외적인 사명은 KDB산업은행, KDB산은캐피탈, KDB산은자산운용으로 변경한 바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산은의 CI 변경에 따라 KDB생명 또한 간판을 교체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그 동안 5번의 매각 실패와 '금융민원 최다 생명보험사'란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지정하며 5수 끝에 매각이 성사되는 듯했지만, 실사 과정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기도 했다.
이처럼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자 산업은행은 자회사 편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삼일PWC에 자회사 편입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BCG와 PWC는 두 달여간 KDB생명의 재무현황, 조직구조, 영업 현황 등을 점검하고, 생명보험업의 중장기 미래와 관련한 KDB생명의 현재 상황과 중장기 전략방향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KDB생명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5개 생명보험사 중 민원이 가장 많은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의 '금융민원 및 상담 동향'에 따르면 KDB생명은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수 56.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iM라이프생명(52.0건), KB라이프(24.4건), 메트라이프(19.0건) 순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산은의 계열사들이 모두 명칭에 ‘KDB’를 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산은의 사명 변경에 맞춰 ‘KDB’를 제외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산은과 같이 단순히 ‘KDB’를 떼고 ‘한국’을 붙이면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산은을 비롯해 KDB생명 측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KDB생명이 여러차례 매각 실패와 금융민원이 많은 회사로 알려져 있는 만큼, 현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도 사명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2월 현재의 사모펀드(PEF)가 청산하고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아마도 이러한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 사명 변경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에이스손보가 라이나손보로, BNP파리바손보도 신한EZ손보로 변경하는 등 금융그룹 계열사들은 동일한 그룹 아이덴티티를 위해 일원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덧붙였다.
KDB생명 측은 CI 변경 건과 관련해 현재 진행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CI 변경에 관련한 이야기 등은 오간 바 없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