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나에게 얘기했다.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바꿔 놓은 주역은 백지선 감독이 아니라 어쩌면 골리 맷 달튼일 수도 있다고.” 아이스하키 HL 안양 구단주인 정몽원 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최근 펴낸 에세이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의 한 구절이다.
정 회장 얘기처럼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4년 달튼(39)이 한국에 온 뒤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HL 안양은 아시아리그를 6차례 제패했고, 한국 대표팀은 2017년 ‘키예프의 기적’으로 불린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 톱디비전) 승격을 일궈냈다. 2016년 특별귀화로 얻은 한국 이름 ‘한라성(漢拏城)’처럼 골문을 지킨 달튼의 ‘라스트 댄스’가 한창이다. HL 안양은 현재 2024~25시즌 아시아리그 파이널(5전3승제)에서 레드이글스 홋카이도(일본)를 상대하고 있다.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3~5차전이 안양빙상장에서 3·5·6일에 열린다.

3차전을 하루 앞둔 2일 안양빙상장에서 달튼을 만나 은퇴 결심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예전 같지 않은) 몸이 제일 큰 문제”라면서도 “옳은 결정인지 하루하루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플레잉코치로 뛰며 이연승과 번갈아 골문을 지켰다. 플레이오프 들어 달튼이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자 “은퇴가 이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앞서 2014년 니즈니캄스크(러시아)에서 뛰던 달튼이 한국 행을 결심하자 부모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분단국가에 왜 가냐”며 극구 반대했다. 달튼은 2018년에 육군 수도군단사령부에 입소해 특공대를 체험하기도 했다. 달튼은 “내가 18개월간 군 복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 정도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한국인이 ‘한라성’으로 불러줄 때 기분이 좋다. 국적 취득 이후 한국은 내 삶의 일부였고 내 집도 여기”라고 말했다. 애국가를 요청하면 능숙하게 잘 부른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클린턴이라는 시골 마을 출신인 달튼은 2018년 덴마크 월드챔피언십에서 캐나다를 상대했다. 세계 1위 캐나다에 10골을 내주고 졌지만, 그에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나중에 내 경험을 얘기해주면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아이에게 주려고 그날 경기 직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수퍼스타인 코너 맥데이비드(에드먼턴 오일러스)의 사인을 스틱에 받아뒀다.

달튼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골리 마스크에 이순신 장군 모습을 새겼다. 이를 정치적 표현으로 해석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탓에 대회 때는 착용하지 못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올림픽 주최국에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종목(아이스하키)이라는 점에서 절박했다. 이순신 장군처럼 물러서지 않았기에 세계 6위 체코(1-2 패)와 4위 핀란드(2-5 패)를 상대로 선전했다. 달튼은 “이순신 마스크는 캐나다 집에 기념품으로 전시해뒀다”며 자신을 ‘아이스하키의 충무공’으로 불러준 데 대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1980년대 한국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대결에서 일본에 0-25로 참패했다. 달튼이 골문을 맡은 뒤로는 대표팀도, HL 안양도 일본에 지지 않았다. 달튼은 “내가 뛴 경기에서 대표팀이 일본에 지지 않은 건 알았지만, 아시아리그 토너먼트에서도 모두 이긴줄 몰랐다”며 “끝까지 결과가 좋길 바란다”고 바랐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선수 16명이 특별귀화해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하나둘 한국을 떠났다. 달튼은 “귀화를 희망하는 차세대 선수들이 한국 문화와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은퇴 후에도 골리 클리닉이나 코칭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여권이 곧 만료된다.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사진 찍으러 가야 한다”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