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열들 누운 곳도 몰라서야

2025-03-06

한국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LA지역 독립유공자 상당수의 유해가 묻힌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3일자로 LA인근 묘지에 방치된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에 따르면 한국 보훈부가 발표한 미주 지역 독립유공자는 436명이다. 이 가운데 남가주 지역에 안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열 160여 명 가운데 실제 묘지가 확인된 분은 60여 명에 불과하다. 조국이 독립유공자로 선정했지만 누운 곳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선열이 100여 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이유는 묘소 소재지를 알고 있는 유공자들의 후손을 찾기가 어렵고,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단체도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면밀한 실태 조사와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보훈부가 미주지역에 직접 나와 조사한 것은 7년 전인 지난 2018년이 마지막이다. 재정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독립유공자 묘지를 참배하고 관리하는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지원금은 연간 4만5000달러가 전부다. 매달 3750달러꼴인데 렌트비와 관리비를 내기도 빠듯하다.

지난해 8월 출간된 ‘대한인국민회 100년사(민병용 지음)’에 따르면 미주 한인사회는 조국 광복사업을 위해 40년간 약 300만 달러를 지원했다. 1919년 한해 동안에만 하와이 한인들이 3만5034달러를 냈다. 현재 가치로는 65만 달러의 거액이다.

또 1941년부터 1945년까지 4년간 대한인국민회 북미총회는 임시정부와 광복군에 4만6000달러를 보냈다. 지금의 82만 달러와 맞먹는 금액이다. 당시 한인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26일 일하고 월급 18달러를 받았다. 그 어려운 살림에 ‘21례금’이라고 해서 개인 소득의 20분의 1을 기부했다. 그 애국심의 흔적을 찾고 보존하기 위한 정부 지원금이 4만5000 달러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추가 재정 확보를 위해 대한인국민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2021년 1월 한국 정부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내외 산재한 유공자 묘지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약속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묘지 벌초 및 관리 비용으로 1기당 20만 원, 훼손 묘지 비석 단장은 1기당 2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묘지 관리는 대한인국민회에만 맡기기 어렵다. 이사진의 고령화로 2세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팔 걷고 나선다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3.1절이나 광복절 등 기념일마다 묘역 참배와 청소를 맡긴다면 뿌리 교육을 겸한 봉사활동이 될 수 있다.

애국 선열의 묘역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나침반이다. 다시는 나라를 잃는 아픔을 겪지 않겠다는 다짐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와 한인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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