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후에 '사게' 됩니다

2026-01-04

판 커진 ‘숏폼 광고 생태계’

◆숏폼 사냥 나선 K-플랫폼=숏폼 전장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국내 플랫폼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3년 전 출시한 숏폼 플랫폼 ‘클립’으로 엔터·쇼핑·장소(플레이스) 등 각 서비스에 흩어져 있던 숏폼 자산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클립 출시부터 네이버의 숏폼 전략을 맡아 온 김아영 리더는 “틱톡을 중심으로 10~20대 체류 시간이 급증하고 2022년 후반 인스타그램이 릴스를 공격적으로 밀면서, 이용자 시간을 붙잡는 데 숏폼이 효과적이라는 점이 검증됐다”며 “네이버TV에서도 가로형(롱폼)과 세로형(숏폼) 영상의 재생 수가 교차하는 지점이 포착되는 등 콘텐트 소비 방식의 변화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숏폼이 광고 콘텐트로 각광받게 된 것은 인플루언서 등 창작자의 힘이 컸다. “특히 틱톡·릴스 등에서 배출한 스타들이 브랜드·세일즈 파워를 동시에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숏폼을 통한 커머스 광고로 이어졌다”는게 김 리더의 설명이다. 현재 네이버는 숏폼을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체계를 만들며 숏폼 유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창작자들에게 광고 수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광고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네이버 홈 화면에 노출되는 숏폼에 수익을 지원하고, 시청 시간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등 다양한 보상 방안을 공격적으로 내놨다.

네이버와 비슷한 시기에 당근도 숏폼에서 가능성을 봤다. 2023년 11월 서울 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숏폼 서비스 ‘당근 스토리’를 도입했다. 앱 안에서 동네 맛집, 카페, 헬스장, 미용실 등 가게나 장소를 소개하는 등 동네 소식을 숏폼으로 전하는 기능이다. 당근 관계자는 “대규모 브랜드 광고와 달리 지역 비즈니스는 신뢰와 친근함이 성패를 결정하고, 숏폼은 이를 전달하는 효율적 포맷”이라고 말했다. 당근스토리는 1년 만에 일평균 업로드 수 60배, 시청 수는 24배 증가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런 숏폼 강세를 지켜본 국내 플랫폼들은 이 흐름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대규모 개편과 함께 숏폼 전용 탭을 신설한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지금’(하단 세번째) 탭에 숏폼을 전면 배치하고, 숏폼 콘텐트와 크리에이터 검색 기능을 넣었다. 김유진 카카오 콘텐트·크리에이터 전략 담당은 개편과 함께 열린 ‘이프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숏폼을 선물하기와 연결하거나 광고주와 매칭해 브랜드 협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커머스와의 연동 방향성을 제시했다. OTT 플랫폼 티빙은 숏폼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쇼츠’ 탭에서 커머스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숏폼 하단에 구매 링크를 연결해 CJ온스타일 제품이나 한국프로야구 굿즈를 판매하는 식이다.

◆숏폼 잡는 자, 수익 잡는다=너도나도 숏폼을 잡으려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이용자들이 숏폼을 오래, 많이 보는 경향은 광고의 반복 노출과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숏폼을 본다. 숏폼 제작 툴(도구)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카디의 정원모 대표는 “청년층 중심의 숏폼 열풍은 유튜브 숏츠가 확산하면서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넓어졌다”면서 “업무와 수면을 제외한 한국인의 한정된 시간에서 숏폼 체류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규모와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숏폼 광고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중심에서 일반 이용자가 만드는 리뷰형 콘텐트로 확장되며, 생태계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네이버 김아영 리더는 “플레이스 숏폼의 경우, 협찬 성격이 짙은 인플루언서 영상보다 일반 이용자의 리뷰형 영상이 실제 방문과 검색으로 이어지는 전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숏폼이 롱테일 창작자까지 포함하는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클립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2배 급증했다. 클립에서 숏폼을 보고 실제 구매로 이어진 매출은 6개월 만에 9.3배 증가했다.

이제 숏폼은 상품 판매를 넘어 공간 방문과 실사용 경험을 전달하는 광고로 확장되고 있다. 당근은 지난해 2월 숏폼 기반 동영상 광고를 도입한 이후, 미용실·음식점·학원 등 업종에서 높은 전환율을 확인했다. 당근 측은 “동네 사장님들이 스마트폰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접근성이 숏폼 광고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손, AI=숏폼 광고 시장에서 AI는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AI는 숏폼 제작 과정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알고리즘을 통해 완성된 콘텐트를 잠재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AI를 활용하면 5분 안팎의 원본 영상을 단 몇 분 만에 수십 개의 숏폼으로 만들 수 있다. AI가 원본 영상의 맥락을 이해해 강조할 장면과 클릭을 부르는 제목·자막을 자동으로 판단하면서, 기존 수작업 편집이나 외주 제작 대비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유튜브·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AI 기반 숏폼 제작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숏폼 제작만 전문으로 하는 전문 AI 툴도 있다. 해외 서비스 오퍼스클립(Opusclip), 국내 서비스 피카클립 등이다. 피카클립을 개발한 정원모 대표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AI 기능과 달리, AI 숏폼 메이커는 채널 지표와 운영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초 안에 시선을 끌어야 하는 한국 숏폼 특유의 스타일과 로컬 트렌드를 더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다”며 차별점을 강조했다.

숏폼이 광고 효과를 가지려면 타깃 시청층에게 정확하게 닿아야 한다. AI 알고리즘이 중요한 이유다. 김아영 리더는 “네이버의 강점은 콘텐트 소비 이력뿐 아니라 방문·결제·검색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이용자가 궁금해 할만한 콘텐트를 추천하고, 커머스나 플레이스 광고의 구매 전환을 높여 나가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붐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숏폼 광고의 미래에 대해 업계에선 대체로 긍정적이다. 모바일 중심 콘텐트 소비 환경이 이어지는 한, 짧은 시간에 강한 흥미를 주는 영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과거로 돌아가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가짜 전문가나 AI로 생성된 유명인이 등장하는 딥페이크(AI 합성) 숏폼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에 콘텐트에 AI 생성 여부 표시를 의무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안 등이 현재 정부·국회 등에서 검토되고 있다. 특히 식·의약품, 화장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AI 허위·과장광고가 빈발하는 영역은 서면 심의 대상에 추가하도록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추진 중이다.

또, 숏폼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린 AI가 오히려 콘텐트 신선도와 체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는 이미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검증된 패턴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새로운 기획과 패턴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롱폼 콘텐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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