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삼성운용 이어 올해는 미래에셋... 또 ETF 보수 인하 '치킨게임'

2025-02-19

미래에셋 이어 삼성·KB, 보수 인하 행렬

처음 아냐... 과거부터 꾸준히 경쟁 이어져

점유율 경쟁, 질적 성장 저해... 당국도 주시

"상품 운용 전략 등 상품성 개선 주력해야"

중소형 운용사, '체력' 미비... 경쟁은 '부담'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재점화됐다. 지난해에는 삼성자산운용이, 올해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스타트를 끊었다. 이에 더해 이번에는 KB자산운용마저 경쟁에 참전해 불이 붙었다.

실상 보수 인하 경쟁의 시초는 대형 운용사다. 당국과 업계에서는 꾸준히 이 같은 경쟁이 출혈 경쟁, 이른바 '치킨게임'과 다름없으며, 시장 전반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해 왔으나 대형사들은 귀 막음으로 일관해 온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업계 최저'라는 슬로건과 함께 미국 대표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보수를 인하했다.

운용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수 인하가 시발점이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일 자사 미국 대표 지수 ETF 'TIGER미국S&P500'과 'TIGER미국나스닥100' 2종의 총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했다.

총보수는 운용사와 지정참가회사, 신탁회사, 일반사무회사 등의 수수료가 도합된 비용의 비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중 실질 수익으로 이어지는 운용 보수를 0.05%에서 0.0002%로 조정됐다.

다음 날인 7일, 업계 1위를 수성 중인 삼성자산운용이 경쟁에 참여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자사 KODEX미국S&P500, KODEX미국나스닥100 등 두 종의 수수료를 0.0099에서 0.0062로 낮췄다. 운용 보수는 0.0009%에서 0.0001로 인하됐다. 사실상 '제로(0)'인 셈이다.

경쟁 격화에 최근 3위에서 4위로 떨어진 KB자산운용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RISE미국S&P500의 헤지형, 언헤지형 2종의 총보수는 기존 연 0.01%에서 연 0.0047%까지 인하했다. RISE미국나스닥100의 경우에는 연 0.01%에서 연 0.0062%로 내렸다. KB자산운용의 운용 보수 역시 0.0001% 수준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돌입한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이 먼저 KODEX 미국 대표 지수 ETF 총 4종의 총보수를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1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한다면 1만원이 채 안 되는 보수를 부담하는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수수료 인하 소식과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일부 ETF의 수수료를 0.0098%까지 낮췄다. 삼성자산운용과 단 0.0001%포인트(p) 차이 나는 수준이었다.

당시 업계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던 운용사의 수수료 인하는 단순 '그들만의 경쟁'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KoreaStock액티브 ETF 총보수를 연 0.61%에서 0.29%로 낮췄고, 한화자산운용 역시 ARIRANG 200 ETF 총보수를 연 0.04%에서 0.017%로 인하했다.

지난해 7월에는 KB자산운용이 ETF 브랜드명을 기존 'KBSTAR'에서 'RISE'로 바꾸며 자사 상품 13개의 총보수를 연 0.01%로 조정했다.

더 앞선 선례도 존재한다. 202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대표 지수 ETF 평균 수수료는 0.25~0.45%대였다.

그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20년 자사 S&P500, 나스닥100 관련 ETF 총보수를 0.09%까지 인하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이 연이어 총보수를 0.05%로 낮췄다.

업계 3위로 올라선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투자운용 등이 향후 ETF 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추가 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위 운용사들의 이 같은 경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질적 성장이 우선돼야 하는데도 단지 '점유율'에만 매진한 경쟁으로 시장 건전성이 저해된다는 평가다.

특히 당국에서도 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 후 "단기적으로 과다한, 상대방에게 대응하는 형태의 경쟁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소비자 비용 부담이 축소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질적 성장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과도 경쟁 우려가 보이는 운용사들과 면담을 진행했다"며 "가격 경쟁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어도 질적 성장이 결여된 채로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업계와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진 만큼 운용사 간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며 "무리한 수수료 경쟁보다는 상품 운용 전략이나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개선이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경쟁은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인하는 자본 여력이 충분해야지만 감당할 수 있는 혜택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중소형 운용사들에게 이 같은 경쟁은 부담이 될 수 있기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의견도 다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대형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점유율을 늘리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경우 경쟁에 쉽게 뛰어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낮춘다고 해도 그것이 상품 발전, 운용 역량 제고 등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는 투자자 편의를 높이기 위함은 물론 운용사마다의 특화 전략을 반영한 움직임일 뿐, 시장 전반으로 퍼질 우려 사항까지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운용 수수료 인하가 이뤄진 미국 대표 지수 상품의 경우 사실상 미국 투자 수요가 확대되기 때문에 투자자 수요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물론,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사는 미국 투자와 관련해 특화된 운용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맥락으로 액티브 ETF에 특화된 운용사나 방산 관련 ETF에 특화된 운용사 등 각각의 운용사가 주력 분야에 있어 투자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셈"이라며 "이같이 각 운용사마다 특화된 하우스(영역)와 전략에 따라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소형 운용사는 수수료 인하 현상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회사만의 운용 전략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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